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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삶과 죽음 경계서 남은 시간 채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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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 은정진 기자 ] “슬픔은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슬픔을 안고 산다고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14년차 종양내과 의사 김선영 씨가 두 살짜리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젊은 엄마 환자에게 건넨 조언이다. 매일 세 시간 동안 40명의 환자를 만나야 하는 그에게 가장 힘든 일은 어린 자녀를 두고 떠나야 하는 환자를 대하는 일이었다. 그는 “사람의 죽음으로 아이와 가족이 슬퍼하겠지만 그 슬픔이 그들의 행복을 갉아먹지 않는다”며 떠나는 이에게 온전하게 남은 시간을 채우는 방법을 일러준다.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시한부 삶을 선고하는 김씨가 죽음과 삶, 그 경계에서 바라본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언젠가 맞이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사유한 에세이다. 저자가 죽음을 기록하기 시작한 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하던 당시 부모가 썼던 투병일기를 읽고서다.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된 뒤 그 일기를 본 저자는 “당시 지나버린 그 일상을 좀 더 평온하게 유지하고 특별하게 장식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후회한다.

누구나 갑자기 닥쳐올 자신의 죽음 또는 소중한 이의 죽음 앞에서 두려워한다. 저자는 그 죽음이라는 불안을 이기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남은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어떻게 죽음을 인정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명의료법, 사전돌봄계획, 완화적 진정 등 의료계에 떠오른 이슈들을 짚어가며 죽음에 대비하는 다양한 방법도 살펴본다.

저자는 “이 글들은 잔혹한 시스템에 젖어 죽음에 대해 감각이 무뎌지고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길 포기하는 의사가 되지 않기 위해, 그렇다고 환자의 슬픔에 너무 동화돼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의사가 되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상실과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이들에게 “마지막까지 소중한 것을 놓지 않으면 죽음은 그리 허무한 것이 아니고, 삶이 그렇게 끝이 나 버리는 것도 아니다”며 따뜻한 격려를 건넨다. (라이킷, 232쪽, 1만3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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