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및 통상 당국자들이 잇달아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전략물자는 손 한 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미국 방문과 관련, “(한·일 갈등과 관련해) 미국에 가서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왜 하겠나”라며 “뭘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되는데…”라고도 했다.
고위 공직자의 말로 합당한지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의 연속이다. ‘손 한 줌’ 은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불필요하게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경솔한 표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대응이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황당하다. 그의 방미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여할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와서 이를 부인한다면 미국에는 왜 갔는지부터 해명해야 할 것이다. ‘호구’와 같은 비속어가 적절치 않았음은 물론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내정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도 논란을 빚고 있다. 그 역시 라디오 방송에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도발은) 핵포기를 대비해 미리 무기를 빵빵하게 만들어 놔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최근 일은 아니지만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외교안보와 통상 당국자들은 누구보다도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업무가 국가 안위를 좌우할 만큼 중차대할 뿐 아니라 상대 국가의 입장도 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랑방 안에서나 할 법한 말들을 마구 쏟아내서는 곤란하다. 그것도 우방을 조롱하고 북한 편을 드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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