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헬스&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이 납품업체에 41억원 규모의 재고상품 부당 반품과 인건비를 떠넘기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H&B 스토어 업종에서 발생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대규모유통업법 위한으로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한다고 4일 밝혔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72개 납품사로부터 직매입한 41억원 규모의 상품 57만개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했다.
현행법상 대규모유통업자의 반품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일정 계절에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시즌상품'은 직매입거래계약 체결 당시 반품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약정서면을 납품업체에 교부한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직매입한 상품 중 약정서에 기재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집중 판매되는 상품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반품했다.
아울러 CJ올리브네트웍스는 납품업체로부터 서면 요청 없이 종업원을 임의로 파견받아 CJ올리브영 사업장에 근무하게 하고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31개 납품업체에서 종업원 559명이 부당 운용됐다.
현행법상 대규모유통업자는 원칙적으로 납품업체의 종업원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인건비를 부담하거나, 납품업체가 파견 이익·비용 등을 명시한 서면을 통해 자발적으로 파견을 요청한 경우 등에는 허용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종업원 559명을 파견받았지만 사전에 파견 요청 서면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납품업체에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채 상품을 발주하기도 했다.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 사이 206개 납품업체와 254건의 직매입 등 거래 계약을 했지만 발주 후 최대 114일이 지난 뒤에야 계약서를 교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9월부터 2016년 6월 사이에는 4개 납품업체에 특약매입거래를 하면서 지급해야 하는 상품판매대금 약 23억원을 법정 기한이 지난 뒤 지급했다. 지연지급은 해당 기간에 대해 이자를 내야 하지만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다가 공정위의 현장 조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600만원의 이자를 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판매촉진행사비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1개 납품업체와 가격 할인 등 판촉 행사를 하면서 판촉비 2500만원을 부담시켰다. 사전에 비용분담 등을 서면으로 약정하지 않았다. 판촉행사의 경우 납품업체와 유통업체 공동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비용을 분담할 수 있으나 현행법상 유통업체가 사전에 서면으로 약정하지 않은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면 안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전통적 유통채널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는 각종 전문점 등 신규 채널의 불공정행위를 적극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에 대해 "위반 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하나, 대부분 서류 누락 등 절차 상의 문제들로 2016년 전산 관리 시스템 신규 도입과 이관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들"이라며 "공정위 조사 이후 신속히 자진 시정했고 재발 방지 조치도 모두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2018년 컴플라이언스 전담조직을 신설했고, 지난달 '준법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며 "정기적으로 사내 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해 준법경영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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