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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가 급락, 경제·안보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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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뚝뚝, 주가 '나홀로 추락'…반등동력 없어
세계 1~3위 경제대국과 마찰, 한반도 안보 불안까지
의구심 커지는 정부 위기대처 능력…신뢰회복 시급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오늘은 어디서 또 무엇이 터질까 불안하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덮친 일본의 수출규제는 언제,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 알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전략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헤집고,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들먹인다. 북한까지 탄도미사일을 쏴대며 한국을 시험하고 있다. 믿었던 미국마저 한·일 간 중재는커녕 한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개도국 혜택을 문제삼고 나섰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는 하방압력만 커지고 있다. 내수·수출 부진 속에 기업이 수익을 못 내고, 성장엔진은 꺼져 간다. 성장률이 1분기 -0.4%(전분기 대비)에서 2분기 1.1%로 반등했다지만, 민간부문은 되레 뒷걸음질(-1.3%)쳤다. 정부가 세금 퍼붓는 것 말고 성장동력이라고 할 게 없어 올해 2% 성장조차 힘겹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 펀더멘털이라고 할 기업 실적도 악화일로다.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37% 급감한 데 이어, 일본 수출규제 발표 이후 한 달 새 실적 추정치가 있는 295개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조6619억원(-2.5%) 더 줄었다. 반도체 에너지 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이 줄줄이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외치지만 신산업은 거미줄 규제에 막혀 있다.

경제와 안보가 심각한 불확실성의 덫에 걸렸다. 이럴 때 가장 민감한 게 주가인데 코스피지수는 어제 1.78% 내려 2029.48까지 밀렸다. 2000선 붕괴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코스닥은 4.0% 급락(618.78)해 52주 최저치 경신을 눈앞에 뒀다.

주가 급락을 주목하는 것은 증시가 미래를 먹고살기 때문이다. 세계 증시가 호조인데 한국 증시만 ‘나홀로 약세’인 것이 현 상황을 대변한다.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 수준이고, 일본(작년 말 대비 8.0%), 중국(17.9%), 대만(11.9%), 독일(17.7%), 영국(13.5%) 등이 모두 강세인 반면 코스피(-0.6%)와 코스닥(-8.4%)은 주요국 중 올 들어 유일하게 하락했다. 온갖 내우외환(內憂外患)에 국내 투자자들만 기대를 접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세계 1~3위 경제대국(미·중·일)과 마찰을 빚고 있으니 도무지 반등의 돌파구가 안 보인다. 일본 공세는 한국 산업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일(對日)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253개, 90% 이상은 48개에 이른다. 일본이 내달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다.

공허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2년을 허비하고도 정책기조는 변함이 없다. 이 와중에 노동계는 ‘하투(夏鬪)’ 깃발을 올리고, 정치권은 내년 총선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외교 실패로 벌어진 문제를 ‘대기업 탓’으로 돌리고, 정부를 비판하면 ‘친일파’로 몰아 합리적 논의를 원천봉쇄한다. 이럴 때 안보라도 튼튼해야 할 텐데, ‘목선 귀순’과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속수무책이다.

위기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온갖 크고작은 징후들이 축적돼 임계점에 이를 때 위기로 응집되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에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그런 점에서 주가 급락은 경제·안보의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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