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지원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5일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보다는 약간 줄어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총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돈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유죄로 인정한 금액은 2016년 9월 전달된 2억원을 제외한 33억원이다. 이 돈이 대통령 직무에 대한 대가로 받은 것은 아니므로 뇌물이라 볼 수는 없지만, 국내외 보안정보 수집 등 목적에 맞게 엄격히 써야 할 특활비를 청와대가 위법하게 유용한 것은 맞는다는 것이 1심 판단이었다.
2심 역시 청와대가 특활비를 유용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 행위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돈을 횡령한 사람이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정원장들은 이 법이 정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들과 공모한 박 전 대통령에게도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였다.
앞서 1심은 이런 논리를 받아들였지만, 2심 재판부는 국고손실 혐의가 일부 무죄라고 판단했다. 국정원의 경우 기획조정실장은 회계관계직원이지만, 원장은 이를 감독하는 중앙관서의 장일 뿐 회계관계직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국정원장들과 박 전 대통령에게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에 형량이 가중되지 않는 통상의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했고, 이에 따라 형량을 일부 내렸다.
이날 선고로 박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불법행위로 기소된 사건들의 2심이 모두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는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후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도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검찰과 박 전 대통령 모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이날 선고된 형량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이 선고받은 형량은 총 징역 32년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서울구치소를 통해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선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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