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8590원)이 결정된 지난 12일 “경제환경, 고용상황,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원회가 고심에 찬 결정을 내렸지만, 어찌됐든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했다.
약속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으로선 간판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을 못 지킨 것을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올초 집무실 광화문 이전계획을 보류했을 때와 달리, 국민 삶에 영향이 큰 최저임금 문제만큼은 ‘대통령 사과’로 정리한 이유다.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최저임금 참사’라며 “정부 입장을 밝히라”고 강하게 요구한 데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그만큼 대통령도 고심했고 이해를 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선공약은 신성불가침의 도그마가 아니다. 공약과 경제운용 간 괴리가 생기면 적절히 수정·보완하는 게 책임 있는 국정운영의 기본 자세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도 정치적으로 정권에는 손해일지 몰라도,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다행이라는 여론이 훨씬 많다.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오히려 인하 또는 동결을 호소했고, 영세 근로자들조차 일자리를 걱정해 동결을 원했을 정도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왜 공약을 안 지키느냐”고 압박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부적절하다.
임기 3년차에 철회 또는 수정할 공약은 최저임금만이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현장에서 갈 곳을 잃었고, 주 52시간 근로제의 충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탈(脫)원전은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 전기료 인상압력, 자연 훼손 등을 초래하고 있다. 4대강 보(湺) 해체, 자사고 폐지 등은 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측불허다. 그런 점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한 대통령의 ‘사과’는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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