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은 앞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접목한 서비스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김창경 한양대 교수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인슈어테크:보험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보험산업에서의 혁신은 '하느냐' '당하느냐'의 문제일 뿐 절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생명보험협회가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김 교수는 '인슈어테크'에 대해 강조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한 용어다. 주로 정보기술(IT)을 도입한 비대면 거래 서비스 등을 통칭한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보험산업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보험업무를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AI 활용 언더라이팅, 보험금 자동지급, 블록체인 개인간 거래(P2P) 보험 등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업에 활용되는 AI 기술의 주요 분야는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 △챗봇과 같은 AI 비서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한 금융 데이터 분석 및 금융 시장 예측 △거래소의 이상거래 감지 등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험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혁신의 바람이 늦게 불고 있는 편이다. 보험 가입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언더라이팅 자체에만 보통 20일이 넘어가고 각 단계마다 가입자는 매우 많은 정보를 입력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며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어떤 경우 가입 프로세스를 시작한 사람의 81%가 프로세스 중 떠나간다는 통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보험 가입 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 가능하게 된다면 보험 가입 프로세스는 매우 빨라질 것"이라며 "이는 단순 매출의 증가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비용을 약 2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법, 의료법 등 관련 규제에 막혀 시행할 수 없는 해외 혁신사례들이 많은데 김 교수는 이를 언급,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를 진단하는 구글 딥마인드 모델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원천 봉쇄된 상태이고, 중국에서 광범위하게 시행 중인 원격진료 사업은 의료법에 의해 불법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보험사 CEO는 3~5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적절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를 대비해야 한다"며 "보험산업의 혁신은 하느냐, 당하느냐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