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KCGI 엄포
[ 이상은 기자 ]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경영권을 위협해 온 KCGI(강성부 펀드·지분율 15.98%)는 수세에 몰리게 됐다.
KCGI는 21일 델타항공이 백기사라는 언론 보도를 “항간의 루머”로 평가절하하며 오히려 델타항공에 자신들과 손잡고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자고 제안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KCGI는 입장문에서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관해 KCGI와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며 “세계 1위 항공사의 투자 참여로 한진그룹의 가치가 더 증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KCGI는 또 “아직까지도 한진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고, 총수 일가의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관행이 만연해 있다”며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 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 주주로서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10%까지 한진칼 지분을 사겠다고 공언한 델타항공이 백기사가 확실하다면, KCGI는 표 대결에서 크게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난적을 만난 KCGI는 입장문에서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이는 델타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스스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만에 하나 델타항공이 별도의 이면 합의에 따라 한진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의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엄포 이상의 행동을 취할 수는 없었다.
경영권 분쟁의 무게추가 조원태 회장 쪽으로 기울자 달아올랐던 주가도 급랭했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15.1% 폭락해 3만4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월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한편 이날 크레디트스위스(CS)는 대한항공 지분 5.01%를 갖고 있다고 공시했지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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