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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발명왕 따로 있는데…왜 에디슨이 가장 유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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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 홍지수 옮김
한국경제신문 / 372쪽 / 1만6800원




헝가리 출신 통계물리학자인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 개념을 제시한 복잡계 연구의 선구자다. 바라바시 교수가 2002년 발간한 《링크》는 ‘네트워크 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소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네트워크 과학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그가 최근 《포뮬러: 성공의 공식》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출간해 다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바라바시 교수팀이 과학 분야에서의 성공 원인을 밝히는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에서 착안했다. 예술계 과학계 스포츠계 경제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 분석함으로써 성공에도 보편적인 법칙이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저자는 “성공 요소들을 규명하고 신비의 장막을 벗겨내면 삶에서 무엇이 통제 가능하고 무엇이 통제 불가능한지 파악하게 된다”며 “성공의 공식들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힘들이 인간 활동의 성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왜 ‘레드 배런’이라고 불린 독일의 폰 리히트호펜은 실제 격추 숫자와 상관없이 1차 세계대전의 가장 유명한 전투기 조종사가 됐는가. 로자 파크스보다 먼저 인종 차별에 저항한 콜빈은 왜 아무도 모르는가. 발명은 대부분 다른 과학자나 발명가가 했음에도 왜 에디슨이 가장 유명한가. 아인슈타인은 왜 미국에서 그렇게 유명한 인사가 됐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저자는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그 안에 있는 특성을 발견해 답을 찾고자 한다.

그는 성과와 더불어 성공을 견인하는 연결망의 중요성, 무한한 성공을 이끌어내는 숨은 요소와 ‘멱 법칙(한 수가 다른 수의 거듭제곱으로 표현되는 두 수의 함수적 관계)’의 관계를 설명한다. 적합성과 과거의 성공이 선호적 연결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미래의 성공을 이끄는 이유, 다양성과 균형이 팀의 성공을 이뤄도 한 사람이 성과의 공을 독차지하는 이유, 부단한 도전과 노력이 왜 중요한지를 다섯 가지 공식으로 풀어낸다.

이런 모든 법칙에는 다양한 데이터 분석 사례가 등장한다.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낙서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알 디아즈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인지, 수십 차례 거절당한 끝에 겨우 출간되고도 곧바로 성공하지 못한 《해리 포터》가 인기를 얻는 과정은 어땠는지, 오랜 기간 대학에서 한물간 학자로 취급받던 교수가 어떻게 80대 중반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는지 등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바라바시 교수는 자신의 네트워크 과학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과 다섯 가지 공식이 일치함을 제시한다. 다만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은 개인적인 성취감이나 만족이 아니라 사회에서 인정받고 주변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의미한다. 개인적인 성취나 만족은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제외될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도 주로 세속적인 성공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이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법칙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일반화의 오류에 빠진 성공 법칙을 안내하는 도서나 자기계발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저자는 운보다는 “성공에 작동하는 기본적인 법칙을 개인과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에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과학은 새로울지 모르지만 성공의 법칙들은 새롭지 않고 다만 모든 과학 법칙과 마찬가지로 성공의 법칙들은 보편적이고 영원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공의 척도는 내적이 아니라 외적이고, 개인적이 아니라 집단적인 척도라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다. 성공은 개인적인 현상이 아니라 집단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개인이 속한 공동체에서 업무 성과에 반응하는 전문적 사회 연결망을 살펴봐야 한다는 저자의 분석은 그동안 그가 수행한 네트워크 과학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혼자가 아니라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매우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전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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