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연의 글로벌 브리핑 (36)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앞으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면밀한 점검이라는 것이 얼마나 면밀할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금리 인하를 논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데서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곧바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생각하지는 말자. 오늘은 한은이 언제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일단 바로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 총재의 우려라는 게 미·중 무역분쟁으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를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난다면 굳이 금리를 내릴 필요는 없다. 또 미국과 속도를 맞출 필요도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가 이달에 이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 시점은 일러야 9월이 될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기 전에 한국이 금리를 내리면 외국 자본 유출 위험성이 커진다. 가계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와 외국 자본 유출로 인한 부정적 효과 사이에서 저울질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은이 급진적 결정을 내릴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럼 언제 할까. 예전에 한은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면 대략 3~4개월 시간 차이를 두고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를 놓고 짐작해 보자면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처음 이야기가 나왔으니 8~9월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5월 다수 의견에 따르면 경기위축 리스크(위험)가 확대되고는 있지만 잠재수준의 성장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한은이 금리를 동결했다. 이런 시각이 한 달 만에 바뀌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적어도 잠재수준의 성장경로가 훼손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에만 금리 인하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너무 김칫국을 마시지는 말자. 이 총재의 금리 인하 시사로 채권 가격이 급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저 ‘시장이 혹시 무너질 경우 우리도 쓸 카드가 있겠구나’ 정도의 기대를 갖는 정도가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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