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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교회마저 대마초 투자…'21세기판 골드러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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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지 기자의 Global insight

美 10개주 이미 대마초 합법화
캐나다도 '오락용 대마초' 허용



[ 심은지 기자 ]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교회 중 가장 돈이 많은 성공회교가 대마초 제조·유통회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내부지침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자산 126억파운드(약 19조원)를 관리하는 영국 성공회교 재무위원회는 그동안 마약 관련 주식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이번에 의료용 대마초에 한해 마약주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영국 성공회교 관계자는 “오락용 대마초와 의료용 대마초를 구분했다”며 “대마초를 의료 목적으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사 오락용 대마초를 제외했더라도 이는 커다란 인식 변화라는 평가다. 마약은 술, 담배 등과 함께 죄악주로 꼽힌다. 주요 연기금은 대마초 관련 회사들이 아무리 많은 수익을 내더라도 내부 규정에 따라 이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뺐다. 이 와중에 윤리성을 중시하는 영국 교회가 대마초 관련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대마초 관련 인식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영국에선 차기 총리를 정하는 보수당 대표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총 10명의 후보가 등록했는데 이 중 8명이 대마초 흡연 경험이 있어 논란이다. 지지율 1위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3위인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 등 유력 후보들도 포함됐다. 주요 외신이 경쟁적으로 이들의 대마초 논란을 중요하게 보도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과거 대마초 스캔들을 접할 때와 사뭇 달라졌다. 미국 CNN은 “영국 유권자들이 의아하게도 후보자들의 대마초 흡연 경험을 투표에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을 더 중요한 판단 잣대로 본다”고 전했다.

대마초 관련 논란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작년 9월 캐나다가 전국적으로 의료용뿐 아니라 오락용 대마초까지 합법화하면서 불을 지폈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주, 버몬트주 등 10개 주가 이미 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했고 지난 4월엔 미국령 괌도 추가로 오락용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의 다른 주들도 대마초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이 들끓는다.

투자업계는 말할 것도 없다. 대마초산업에 자금과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일컬어 ‘그린러시’라고 부른다. 19세기 금광을 찾으러 사람들이 몰려간 ‘골드러시’를 빗댄 신조어다. 캐노피그로스, 틸레이, 오로라칸나비스 등 대마초 생산업체에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

기존 술, 담배 제조업체도 대마초를 이용한 신제품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버드와이저 생산업체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는 작년 12월부터 대마초 생산업체 틸레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대마초를 넣은 음료를 개발하고 있다. 담배 성분을 연구해온 생명공학업체 22세기그룹은 대마초로 연구 범위를 넓혔다. 합법적인 대마초 시장은 2018년 110억달러에서 2029년 500억달러로 팽창할 것이란 전망이다.

북미발 마약 투자 돌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마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호라이즌 마리화나 라이프 사이언스 상장지수펀드(ETF)’의 흐름은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2017년 5월 상장한 이 펀드는 1만달러 투자금 기준 작년 9월 2만5750달러에서 같은해 12월 1만5494달러, 현재 2만4000달러로 크게 출렁였다.

문화 장벽도 높다. 싱가포르에선 일정량 이상의 마약을 소지하면 사형에 처한다. 한국도 대마초 흡연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이 무겁다. 대마초 투자는 21세기판 골드러시일까, 단순한 테마주일까.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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