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체손괴·유기·은닉' 혐의
피해자 DNA 감식 흉기 등 증거물 89점 압수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검찰에 넘겨진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오는 12일 고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용된 혐의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체은닉이다.
경찰은 고씨가 지난달 25일 오후 8시∼9시 16분 사이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지난달 27일 오후 11시 30분께 해당 펜션에서 퇴실하기 전까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튿날인 지난달 28일에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오후 9시 30분부터 7분가량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한 것으로 봤다.
고씨는 경기도 김포 소재 가족 며으이 아파트에서 지난달 29일 오전 4시께부터 31일 오전 3시 사이에 남은 시신의 일부를 2차 훼손했고,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 89점을 압수했다.
고씨는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됐다"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고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고씨가 ▲제주에 오기 전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했고 ▲제주에서 범행도구를 구입한 점 ▲범행 전 범행 관련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차량을 제주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돌아간 점 ▲범행 현장을 청소한 점 ▲피해자 시신을 발견하기 어렵도록 훼손해 여러 곳에 유기한 점 등을 계획 범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 현장 혈흔 형태를 분석해 피의자를 3회 이상 찌른 것으로 보고, 방어흔은 있지만 공격흔은 없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가 의식이 또렷하지 않아 공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혈흔 높이도 피해자가 도망가는 형태라 수면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가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범행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시작한 지난달 10일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9일에 고씨와 강씨가 법원에서 만났고, 이 자리에서 범행일인 지난달 25일이 면접교섭일로 지정됐으며 그 이튿날부터 범행과 관련된 검색을 계속 했다는 것이다.
고씨는 김포에서 사다리와 방진복, 커버링 테이프 등도 구입했다. 경찰은 시신을 2차 훼손하는 과정에서 실내나 옷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다리를 이용해 실내에 커버링 테이프를 붙이고 방진복도 이용했을 것으로 봤다.
경찰은 공범 없이 고씨가 혼자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고씨는 체포 당시부터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체격이 작은 여성이 체격이 큰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옮긴 점에 의문을 갖고 공범 여부를 집중 수사했다.
그러나 범행시간대 피의자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비롯해 모든 범행이 혼자 이뤄진 점을 들어 공범은 없는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범행동기는 가정사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전 남편과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재혼한 남편과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가 갈등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고씨의 정신질환은 확인되지 않았고, 범행과정에서 면밀히 계획해 실행한 점, 조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가 느껴지지 않았던 점도 경찰이 가정사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한편 고씨는 신상 공개 소식을 접한 직후에 잠을 잘 못자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엔 다시 안정을 되찾아 식사와 샤워를 하는 등 심적 변화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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