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확장적 재정정책·증세' 놓고 정면충돌
한국당 "나랏빚 더 늘리면 안돼
국가채무비율 40% 유지해야"
[ 임도원/박재원 기자 ]
자유한국당이 정부와 여당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맞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2016년 비슷한 내용의 재정건전화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정부의 손발을 묶으려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재정건전화법 우선 통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30일 민주당 워크숍 결론은 나랏빚을 늘리고 국민 세금을 더 거두자는 것밖에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정부가 국민 지갑을 ‘정권 지갑’으로 알고 있다”며 “재정건전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정권 성향과 관계없이 건전재정 원칙이 유지되도록 하고 감세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열리면 재정건전화법, 감세법 등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민주당 워크숍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2년 국가채무비율이 4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상 전망치인 41.6%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이제민 부의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증세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당은 지난 23일 송언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정건전화 법안을 중점 추진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법안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 이내, 관리재정수지(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차감한 재정수지) 적자를 2%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는 39.5%로 이미 40%대에 근접해 있다. 따라서 재정건전화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재정 운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민주당 “정부 손발 묶으려 하나”
여권은 한국당의 재정건전화 법안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한국당이 재정건전화를 핑계 삼아 경제 활력 제고와 포용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부의 손발을 묶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장은 “적정한 국가채무비율이 40%라는 주장부터 전혀 근거가 없다”며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독일은 71.6%, 프랑스는 122%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증세론’에 대해서는 진화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 워크숍에서의 증세 발언과 관련해서는 (이 부의장의) 개인 의견으로 알고 있다”며 “증세에 대해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이 한국당 재정건전화 법안에 반발하고 있지만, 2016년에는 역시 같은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이 법안은 당해 국가채무 증가분을 전년도 GDP의 0.3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GDP 1782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6조원 정도밖에 국가채무를 늘릴 수 없다.
반면 올해 국가채무는 지난 3월 기준 67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조5000억원 늘었다. 한국당 법안대로라면 올해는 국가채무를 줄일 필요가 없지만, 민주당 법안대로라면 연내에 국가채무 12조원 이상을 줄여야 한다. 2016년 당시 민주당 재정건전화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한 의원은 “성장률이 지난 1분기 마이너스 0.3%를 기록했을 정도로 경제가 안 좋은데 법안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임도원/박재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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