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전쟁 전방위 확산
美 국방부, 기업에 보조금 추진
"희토류 없으면 F-35 생산 불가"
[ 주용석/강동균 기자 ]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비해 ‘미국산 희토류 늘리기’에 나섰다. 연방정부 펀드를 조성해 미국 내 희토류 생산을 늘리는 기업에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기 위해 ‘화웨이 때리기’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국방물자 생산법에 따른 ‘희토류 보고서’를 백악관과 의회에 제출했다. 국방부는 보고서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중국으로부터의 희토류 수입 의존을 줄이기 위해 대통령과 의회,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보고서는 보조금 지급을 포함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국 내 희토류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물자 생산법은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필요한 산업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전날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경고한 직후 나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20일 희토류 공장을 시찰하며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대미(對美) 보복 수단으로 쓸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2010년 남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분쟁이 벌어졌을 때 희토류 수출을 금지해 일본을 ‘굴복’시킨 적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매장량의 37%를 차지했다. 희토류는 휴대폰, 전기차 등 첨단제품과 전투기, 미사일 등 첨단무기에 없어선 안 될 원자재다. 블룸버그통신은 “희토류가 없으면 F-35 전투기도 못 만든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가 ‘미국산 희토류 늘리기’에 나선 배경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미국 정부의 거래 금지 조치에 따라 29일 부품 공급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중문판 ‘딥 테크’가 30일 전했다. 마이크론은 미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 비중은 13%가량이다.
미국은 중국 첨단기술의 상징인 화웨이 견제도 강화하고 있다. 급기야 ‘화웨이 보이콧’이 학계로까지 번졌다. 전기·통신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미국전기전자학회(IEEE)는 최근 간행물 편찬 작업에서 화웨이 직원을 배제했다. 향후 화웨이의 기고와 논문 게재, 회의 등도 제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EEE는 10여 종의 정기 간행물을 발간하고 있다.
IEEE 베이징 분회 회장인 장하이샤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며 IEEE 탈퇴를 신청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 주도의 학술단체가 학문의 원칙을 포기하고 정치적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은 ‘국경 없는 과학’ 원칙을 따르던 중국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미 행정부는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와 별개로 중국산 수입품을 겨냥해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도 적극 부과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중국산 매트리스에 덤핑 판정을 내렸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에 따라 38.56∼1731.75%에 달하는 현금을 예비관세 형태로 일단 징수할 예정이다.
상무부는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통에도 덤핑 판정과 함께 2.01∼79.71%의 현금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독일, 멕시코도 관세 대상에 포함됐지만 덤핑 정도는 훨씬 약하게 판정됐다. 중국은 미국의 각종 공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콩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고 블룸버그가 30일 보도했다. 지난 2월 1000만t을 추가 구매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다만 기존 수입계약은 취소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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