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를 바라보는 블록체인·가상화폐(암호화폐) 업계의 시각이다.
비트코인 시세가 지난 27일 마침내 10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성격이 다르다. 2017년 말~2018년 초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다. 일반적 의미의 투자라 보기 어려웠다. 비트코인 시세는 순식간에 250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부가 규제를 시사하자 비트코인은 빠르게 달아오른 만큼 급속도로 식었다.
실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 블록체인 기업들은 손쉬운 자금조달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공개(ICO)에, 투자자들은 자산을 금방 불릴 수 있는 암호화폐 투기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진지한 고민은 많지 않았다. 일방적 매수와 버티기를 부추기는 “가즈아”와 “존버”의 양극단만 보였다. 합리적 이해와 분석은 뒷전이었단 얘기다.
이후 상당 기간 암호화폐 냉각기를 거쳐야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도리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은 좀 더 성숙해졌다. 1년 전만 해도 ‘탈중앙화’는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쓰였다. “블록체인을 왜 써야 하느냐? 탈중앙화 이념을 구현하니까. 느린 속도는 어떻게 할 건가? 속도를 위해 탈중앙화 이념을 포기하면 안 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답들이 오갔다.
지금은 달라졌다. 탈중앙화 개념은 여전히 중요하나 기업들은 실용화와 사용성에 초점을 맞춘다.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의 토큰이코노미를 적용하기만 하면 각종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란 과도한 기대감은 수그러들었다. 정말 필요한 부분, 가령 인프라로 쓰거나 보안·인증과 결합한 금융 분야에 활용하는 식으로 ‘스마트’해졌다. 삼성전자부터 스타벅스까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적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늘어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이다.
암호화폐와 연계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정부가 틀어막자 프라이빗(기업용) 블록체인부터 고민하는 유연해진 움직임도 보인다. 아직 충분하진 않지만 비로소 암호화폐 상승세가 ‘실체’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달 초 500만원 돌파 이후 약 두 달 만에 2배로 뛰었다. 특히 이달 들어 속도를 올렸다. 객관적으로는 ‘급등’이란 표현이 맞다. 하지만 2017년 말~2018년 초에 비하면 흐름이 완만해졌다. 비트코인의 경우 당초 설계된 대로 내년 채굴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반감기를 앞두고 있다. 서서히 진폭이 줄어드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암호화폐 시장은 불안정하다. 기존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가 총액과 거래량이 작고 변동성은 큰 탓이다. 언제든 몇몇 고래(거물)가 좌지우지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큰 방향성은 바뀌었다. 비트코인 상승세를 단순 버블로 치부할 시기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귀띔했다. “꼭 블록체인이란 이름이 아닐 수 있다. 꼭 비트코인이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추구하는 ‘분산화’와 ‘디지털 자산’은 결국 살아남을 것이다.” 비트코인 시세 1000만원 회복을 눈여겨봐야 하는 진짜 이유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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