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토안보부 '정보유출' 경고
[ 강동균/주용석 기자 ] 미국이 세계 최대 드론(무인항공기) 제조업체인 중국 DJI를 겨냥해 ‘정보 유출 위험’을 경고했다. 화웨이에 이어 중국의 ‘기술굴기’를 주도하는 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미국의 압박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군의 대장정 출발 기념비에 헌화하며 미국에 대한 전의를 다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에 중국산 드론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보냈다. 국토안보부는 “외국 권위주의 정권의 통제나 영향력 아래 있는 업체가 제조·판매하는 드론을 사용하면 사용자 개인이나 기업의 정보가 수집되거나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국토안보부가 특정 기업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외신들은 일제히 DJI가 타깃이라고 분석했다.
신화통신은 21일 “시 주석이 전날 공산군 대장정 출발지(장시성 간저우시 위두현)를 방문해 기념비에 헌화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맞서 ‘항전’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美 "정보탈취 우려"…이번엔 中 드론 '옥죄기'
미국이 20일(현지시간) 중국산 드론의 보안 위협을 경고한 건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기세를 꺾으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동안 “2025년 중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중국제조 2025’는 미국에 매우 모욕적”이라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미국은 이미 5세대(5G) 통신시장의 강자인 중국 화웨이를 곳곳에서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드론으로 기술패권 전쟁의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그 중심엔 세계 드론시장 1위인 DJI가 있다. DJI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 본사를 둔 업체다. 2006년 왕타오(汪滔) 회장(38)을 비롯한 당시 20대 젊은이 네 명이 잡지사 창고에서 창업했다. 2012년 초소형 드론에 카메라를 장착한 ‘팬텀 시리즈’를 출시하며 성장 궤도에 올랐다. 현재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74%에 달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시장점유율이 80%다. 사실상 독점이다.
DJI 드론은 주로 상업용으로 쓰이며 미 행정부도 사용을 검토해왔다. 미 내무부가 산불 감시나 토지 관리 등에 DJI 드론을 시험투입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DJI 드론을 도입한 건 아니지만 지난해에만 약 1500회의 시험비행을 했다.
안보 관련 시설에서도 DJI 드론이 쓰인다. 미 국토안보부의 생물학적 무기 방어시설을 지은 캔자스의 한 업체가 건설 도면 작업 과정에서 DJI 드론을 활용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과정에서 드론에 담긴 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갈 가능성을 의심해왔다. 미국이 중국산 드론의 정보 유출 가능성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육군은 DJI가 중국 정부와 기밀 정보를 공유한다고 판단해 2017년부터 DJI 드론 사용을 금지해왔다.
DJI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기술 보안은 미국 정부와 유수의 미국 기업들에 의해 증명됐다”며 보안 유출 위험을 부인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전쟁으로 확대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DJI 때리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DJI가 화웨이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해서도 처음엔 중국 정부로의 정보 유출 우려를 문제 삼아 군부대와 정부기관에서의 사용을 금지했다. 최근엔 정보통신산업 보호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화웨이를 정조준했고,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후 구글, 퀄컴, 인텔 등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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