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계열사 실적부진 등의 요인으로 CJ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올 들어 2조원 넘게 증발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CJ그룹 상장사 지분가치도 크게 줄었다.
CJ그룹 지주사 CJ는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0만3500원에 마감해 올들어 14.81%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배당확대 등에 대한 기대로 2017년 5월29일 21만3566원까지 올랐던 CJ는 이후 별다른 반등 한번 없이 꾸준한 하락궤적을 그렸다. 작년 지난 10월 급락장에서는 30일에 장중 10만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CJ제일제당(올해 등락률 -14.37%), 스튜디오드래곤(-11.47%), CJ대한통운(-9.28%), CJ CGV(-10.85%), CJ헬로(-7.56%), CJ ENM(-5.79%) 등 다른 그룹주도 하락세다. 올들어 주가가 오른 종목은 CJ씨푸드(12.28%), CJ프레시웨이(9.81%) 두개밖에 없다.
실적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게 주가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한 1436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냈다. 가공식품 부문의 원가가 오르고, 바이오 부문 판매 가격이 하락한 여파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계열사도 줄줄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CJ CGV는 ‘어벤져스4’ 등 대작 영화 개봉에도 터키 리라화 급락의 악영향을 받았다. CJ ENM은 설날 연휴 개봉한 1000만 관객 영화 ‘극한직업’의 선전에도 드라마 부문 투자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2.4%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여파로 지난해 말 20조9034억원이었던 CJ그룹주 전체 시가총액은 12.1% 감소한 18조3685억원(17일 종가기준)까지 떨어졌다. 이재현 회장의 지분가치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 회장은 42.0%의 지분을 보유한 CJ에서만 3000억원에 가까운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지분율 12.5%), CJ CGV(11.1%), CJ(7.4%) 등을 보유한 국민연금도 2000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
하반기에도 그룹 내 상장사들의 급격한 주가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CJ그룹 핵심 사업 중 하반기 확실하게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은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 사업 정도가 꼽힌다”며 “다음달 1일 공개되는 TV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대박을 내지 않으면,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도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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