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36) 일자리와 고용·실업
지난달 26일 발표된 미국 1분기 성장률(속보치)은 3.2%(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2016년 이후 4년 만의 3%대 성장이다. 그리고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실업률은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은 3.6%를 기록했다. 이는 1969년 12월 기록한 3.5% 후 약 50년 만의 최저 실업률 기록이다. 미국의 승승장구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결국 실업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한국 청년 체감 실업률 25%
미국의 성장과 달리 한국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0.3% 감소했다. 소비·투자·수출 등의 지표가 모두 부진하고 고용 또한 좋지 않다. 청년층(만 15~29세) 체감실업률은 25.1%로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단기 아르바이트와 장기 취업준비생, 취업 포기자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실업률이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자 상태란 뜻이다. 기업의 생산활동과 관련한 투자·수출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내 고용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의 활력이 살아나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실업과 자연실업률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때 늘어난 일자리로 인해 실업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실업이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직업을 갖지 않거나 갖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측정하는 실업률이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국민 중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실업자 수에서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를 나눈 것이다. 정부는 항상 국민 삶의 안정을 위해 고용지표를 예의주시한다. 실업이 증가하면 국민의 생활수준이 저하되고,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대의 인구가 사회에 진출하지 못해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사회 후생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유지하길 원한다. 자연실업률이란 경제의 산출량과 고용이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지속되는 실업률로,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발생하는 실업인 ‘마찰적·구조적 실업’만 존재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한국과 미국 경제상황의 차이는 기업이 활기차게 투자·생산활동에 집중하도록 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감세와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반면 한국은 법인세·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인상하고 규제를 늘려 기업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기업을 옥죌수록 돌아오는 것은 줄어든 일자리와 팍팍한 삶뿐이라는 것을 한·미 간 경제지표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가 고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을 통해 만든 2일 단기근로와 같은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낸 단기적·일시적 일자리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민간에 흘러가면 효율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 ‘구축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고용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세금을 써야 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 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 경제활동인구
만 15세 이상 인구(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것으로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단, 만 15세 이상 인구 중 군 복무자, 교도소 수감자 등은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제외된다.
● 마찰적 실업
노동자가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거나 이사를 하고 경제적 활동을 재배치하는 등 노동자와 일자리의 연결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때 발생하는 정상적이고 회피 불가능한 실업이다.
● 구조적 실업
기술 발전 등으로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발생하는 장기적 실업. 사람들이 선호하는 재화·서비스의 종류가 변화하면서 특정 산업이 사양화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실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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