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한국미션단장
韓 2년 연속 대폭 인상은 과도
인상률은 생산성 내에서 묶어야
[ 주용석 기자 ]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미션단장(사진)이 1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해 “최저임금이 2년간 30%가량 인상되면 어떤 경제라도 감당하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 3년간 IMF의 한국미션단을 이끌었으며 전날 IMF가 내놓은 ‘한국 정부와의 2019년 연례협의 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책임자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IMF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2018년도 최저임금을 16.4% 올린 건 그렇다 쳐도 그 상황에서 2019년도 최저임금을 10.9%나 올린 건 과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2년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이 30%에 육박했다”며 “그 결과 고용이 감소하고 (경제가) 필요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노동생산성 내에서 묶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3%(전분기 대비)를 기록한 데 대해선 “IMF 예상보다 나쁘다”고 진단했다. 다만 “2분기 상황을 보겠다”며 “올해 2.6% 성장률 전망은 일단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이) 강하지만 단기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며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행이 지금보다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리 인하 폭은 한국은행이 더 잘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물가 압력이 낮고, 국내총생산(GDP) 갭(경제성장률-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인 만큼 통화정책 방향은 금리를 낮추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대해선 “IMF는 9조원을 권고했지만, 그 정도(6조7000억원)도 적절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위협으론 “장기 성장성 저하”를 꼽았다. 그는 “단기적 경기 하강은 여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가장 큰 도전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경제구조 개혁, 다른 하나는 교육 시스템”이라고 했다.
경제구조와 관련해선 “한국은 몇몇 대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그런 기업들이 있다는 건 대단하고 멋진 일이지만 다른 부분이 약한 게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노동개혁과 상품시장개혁”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개혁은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상품시장개혁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서비스 시장 개방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교육 시스템과 관련해선 “모든 아이가 낮에 학교에 갔다가 저녁에 다른 학교(사교육)에 가는 건 생각해볼 문제”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는데 지금의 교육 시스템으론 그걸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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