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언제 해결될지 기약이 없다. 일시적으로 타결된다고 해도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밑바탕에는 기술 패권을 둘러싼 양국 간 주도권 다툼이 내재해 있어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 길어지면 대외환경의 불확실성도 일상이 될 수밖에 없어 우리로서도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할 시점이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도 끄떡없을 산업구조로 이행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대응하려면 통상역량 제고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무엇보다도 통상환경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 1998년 통상교섭본부가 출범했을 때와 달리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데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등 특정국을 직접 때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내 정치적인 요인들까지 통상에 가세하면서 예상치 못한 불똥들이 우리 산업 쪽으로 튀고 있는 것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그동안 해오던 통상교섭 방식이나 국제적인 통상규범이 먹혀들기 어렵다. 각 부처의 통상 자원을 결집시켜서라도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과 방식, 전략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 필요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통상 조직의 위상 확보와 전문성 강화도 시급하다. 박근혜 정부 때 외교부 산하 통상교섭본부를 산업통상자원부로 통합하면서 조직의 안정성이 깨지고 전문인력이 대거 이탈한 게 사실이다. 지금은 산업부 내 차관급 부서가 됐지만 위상에서 다른 부처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데다, 상대국 협상 파트너에도 밀리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인력을 몇 명 충원하는 수준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는 긴급히 마련된 ‘G2 무역분쟁 토론회’(한경 5월 14일자 A12면)에서 통상 전문가들이 쏟아낸 제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교섭본부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고 전문인력을 대폭 보강할 것을 주문했다. 통상교섭본부가 세종으로 내려가면서 지리적 한계로 각국 대사관과 자주 소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순간에도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국으로부터 최고 25%에 달하는 ‘수입차 관세 폭탄’을 맞을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하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통상조직 재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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