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20여 년 전 대학시절 강독교재를 졸업 후 대학교수가 된 제자와 스승이 함께 번역·발간했다.
최덕경 부산대학교 사학과 교수(왼쪽)는 제자인 김백철 계명대 사학과 교수와 함께 렁펑페이(冷鵬飛)의 『중국진한경제사(中國秦漢經濟史)』(百卷本 中國全史, 北京: 人民出版社, 1994)를 번역해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중국진한경제사』는 현재도 영미권에서 진한제국 경제사를 이해하는 기본교재로 활용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책이다. 이 총서는 중국사 전체를 10개의 시대로 나누고 다시 주제별로 10개로 나눠 100권으로 만든 기획도서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진한시대는 중국역사 최초로 천하통일을 완수해 방대한 영토를 보유했다. 황제를 정점으로 인적 물적 요소를 장악하기 위해 중앙집권제를 실시한 시대였다. 당시에 정비된 정치조직과 각종 제도 및 이념체계는 2000년이 지난 이후에도 기본적으로 큰 변화 없이 지속될 수 있었으며, 인접국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진한제국의 경제정책을 통해 그것이 어떻게 진한제국을 이끌 수 있었으며, 경제적 동력은 어떠했는가를 살피고 있다.
공동 집필한 계명대 사학과 김백철 교수는 “대학 재학시절 당시는 이 책이 출간(1994)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7년 가을 부산대 사학과 최덕경 교수의 ‘동양고대사’ 수업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다”며 “당시 37명의 수강생 대부분이 중국어가 생소했던지라 수업 전에 발표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그는 참여한 수강생 대다수가 처음 중국어를 접해 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씩 꼬박 학교에 나와 수업을 준비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당시의 노력과 땀이 깃든 소중한 원고를 미완성인 채로 방치해 두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초고 상태였기에 매우 거칠고 누락된 곳도 적지 않았지만, 출판을 위해 힘겨운 재벌 번역을 하면서도 보람이 있었다.
혼자서 모든 부분을 검토하고 다시 번역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번역의 정확도 문제도 남아 있었다. 게다가 김 교수의 전공분야(조선시대사)도 달라, 현대중국어 외에 각종 사료의 한문번역 문제로 고민을 하던 중, 해당분야(중국고대사) 전공자인 최덕경 교수의 검토를 받아 수정과 보완을 거쳐 번역본을 완성했다.
김 교수는 “출판하려고 보니 최덕경 교수의 강의를 들은 지 20년이 훌쩍 지난 시간이 흘러 있었다”면서 “이번 출간을 계기로 오늘을 있게 해 준 최 교수와 부산대 사학과에 감사하며 다시금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이번 출판은 20여 년만에 제자로부터 다시 완성된 책으로 되돌려 받는 모습”이 된다며 “학생들과 함께하는 강의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