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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강도 세무조사에 '법인세 불복'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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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복심판 청구 21%↑

10건 중 3건 "부과 잘못" 판정
100억 이상 불복 4년째 증가
양도세·종부세 등도 반발 급증



[ 오상헌/장창민/성수영 기자 ]
국세청의 법인세 부과 결정에 반발해 조세심판원을 찾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569만 명의 세무조사를 올해 말까지 유예하면서 대기업 세무조사 강도를 끌어올린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올해 경기 둔화에 따라 세수 부족 가능성이 커진 만큼 세무조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경제계는 우려하고 있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법인세 불복 심판 청구 건수는 695건으로 1년 전(574건)에 비해 21.0% 증가했다. 법인세 심판 청구 건수는 2015년 697건에서 2016년 509건으로 떨어진 뒤 3년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심판 청구 세액이 100억원을 넘는 건수도 2015년 76건, 2016년 82건, 2017년 84건, 2018년 97건으로 4년째 증가했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100억원 이상 신청건은 대부분 대기업이 이의를 제기한 사례”라며 “통상 세무조사의 강도와 빈도가 확대될 때 거액 불복 신청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조세심판원이 ‘국세청이 잘못 부과했다’며 이의를 신청한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법인세 심판 청구 인용률은 지난해 31.0%로 전체 평균(20.1%)을 크게 웃돌았다. 작년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 여파로 양도소득세(821건→1120건)와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기타 내국세(221건→363건) 불복 건수도 1년 전보다 대폭 늘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올 들어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서 세수 부족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세청이 세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기업 세무조사를 강화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국내외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악화된 마당에 세무 리스크마저 추가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2월까지 정부가 목표한 세금 중 실세로 걷은 금액인 세수진도율은 16.7%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포인트 낮다. 1~2월 거둬들인 국세는 전년 동기 대비 6000억원 줄었다.


기업 '법인세 불복' 늘어…2013년 세무조사 악몽 재연되나

재계 30위권 그룹 계열사인 A사는 작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세무조사를 받았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4국이 주도한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였다. 6개월 넘게 이어진 조사 끝에 A사가 건네받은 건 300억원이 넘는 추징금 고지서였다. 국세청은 ‘본사가 있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법인세를 냈다. 그 차액만큼 국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A사는 ‘이익을 더 많이 낸 해외에서 세금을 더 내는 건 당연하다’는 대형 로펌의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국세청은 꿈쩍도 안 했다. A사는 그길로 조세심판원에 달려가 심판청구서를 냈다.

법인세 불복 사례 급증

이처럼 국세청의 법인세 부과 결정에 불복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새로운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이미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가 첫 번째다. 작년 5월 나온 ‘인수합병(M&A) 때 영업권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란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인 예다. 반도체 업체 DB하이텍이 제기한 778억원 규모의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이같이 판결하자 다른 기업들도 조세심판원을 찾았다.

나머지 불복 신청은 대부분 세무조사 과정에서 비롯된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일부 국세청 직원은 세법을 제멋대로 적용해 추징금을 물린 뒤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한다”며 “소송을 통해 되돌려받으려면 4~5년은 기다려야 하는 만큼 기업으로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무리한 조사는 ‘부실 과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조세심판원의 법인세 인용률(기업 승소)은 31.0%로 상속세(31.1%)와 함께 가장 높았다. 100건 중 31건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얘기다. 44.1%에 달했던 2017년에 비하면 제법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이란 평가다.

국세청은 지난해 B사를 조사하면서 법인계좌에서 빠진 돈이 누구에게 갔는지 확인도 안 한 채 관행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제공한 상여금’으로 처분했다가 조세심판원으로부터 “기본적인 절차도 건너뛰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세청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거나 복잡한 세법을 잘못 이해해 실수로 과세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올해 세무조사 강도 세지나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올해 국세청 세무조사 횟수가 늘고 강도도 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세청이 올 연말까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569만 명의 세무조사를 유예하기로 한 데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도 완화해주기로 해서다.

올해 세수 부족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이런 걱정을 키우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질(전분기 대비 -0.3%)친 만큼 작년과 같은 ‘세수 호황’은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일자리 창출과 복지수당 등에 들어가는 나랏돈 씀씀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계가 걱정하는 건 지출 확대와 세수 감소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국세청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2013년 벌어진 ‘세무조사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당시 경기침체 여파로 국세 수입이 줄어들자 대기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였다. 그럼에도 2013년 국세 수입(201조원)이 전년(203조원)보다 덜 걷히자 2014년에도 고강도 세무조사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2012년 652건이었던 법인세 심판청구 건수는 2013년 769건, 2014년 860건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세무조사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서만 롯데칠성음료 CJ대한통운 효성 YG엔터테인먼트 등 수많은 기업이 국세청에 회계장부를 넘겼다.

한 대형 로펌의 조세 전문 변호사는 “국세청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 세수를 채우려 한다”며 “비용(조사인력·기간) 대비 효과(추징액)가 가장 큰 대기업이 핵심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조사를 강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정기 세무조사를 줄이는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조사는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들어 우리나라 법인 수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세무조사 건수는 2017년 5147건에서 2018년 4700여건으로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법인 비정기 세무조사도 2017년 1804건에서 2018년 1700건으로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또 “현 정부 들어 세무조사 건수가 2017년 1만6713건에서 2018년 1만6300여건으로 줄었다”며 “올해 조사건수는 1만6000건에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해 비정기 세무조사 인력을 축소해 전체 조사에서 법인 비율을 낮춘 대신 기업 사주 일가의 자금 유용 등을 근절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명백한 탈루혐의가 있지 않으면 납세자 장부를 일시보관할 수 없도록 요건을 엄격히 하는 등 납세자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조사부담은 완화하는 게 목표”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상헌/성수영/장창민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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