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GDP 증가 위해 6.7조 쓴다는 추경
지자체 추경예산도 더하면 이미 20조 규모
효과 모를 예산 퍼붓기보다 조세감면이 낫다
김소영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지난주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자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3%를 초과하는 상당한 수준이다. 추경 편성 다음날,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편성이 어느 정도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추경의 세부내역을 보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세먼지 대응에만 2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고용과 사회 안전망, 취약계층 일자리를 위한 추경은 2조1000억원으로 경제 성장률 제고를 위한 부분이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물론 미세먼지, 고용, 사회 안전망, 취약계층 일자리는 상당히 중요한 과업이고 평소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런 예산 편성은 경제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작다. 이번 추경의 주목적이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이라면 재정승수가 좀 더 높은 곳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었어야 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경제 성장률을 0.1% 정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GDP 수준의 0.1%는 1조8000억원 정도다. 결국 6조7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도 경제 성장률 제고 효과는 1조8000억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경기활성화 측면에서는 엄청난 예산 낭비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0.1%의 제고 효과조차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많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소식이 전해지자 더 대대적으로 추경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성의 추경이 또 이뤄지면 경제 성장률 제고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막대한 정부 예산 낭비만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추경을 한다면 목적에 보다 부합하는 구성이 필요하다.
정부 예산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기 때문에 그 비용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조세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조세 부과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부분을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정부 부채가 상승하고 민간투자가 구축돼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주는 부분, 미래의 조세 부담 증가 등도 그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번 추경 6조7000억원 중 3조6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고 한다. 결국 나머지 3조1000억원의 대부분은 기존에 거둬들인 조세로 충당된다는 의미이다. 경기부양 측면에서 보면 3조여원의 조세 부과는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경제 성장률 제고 효과는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더해 3조6000억원의 국채 발행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경제 성장률 제고 효과는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정부 지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정확한 비용 계산도 하지 못한다면 추경보다는 조세를 일시적으로라도 감면해 경제 활성화를 시도하는 것이 낫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단은 정부에 추경을 권고했다. 정부는 이에 화답하듯 빠른 속도로 추경을 추진했다. 하지만 IMF 한국 미션단이 제안한 것은 이번 추경과 같이 단기적으로도 경제 성장률 제고 효과가 별로 없는 추경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한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추경이다.
중앙정부를 제외한 전국 156개 광역·기초 자치단체가 편성한 추경 예산은 지난 16일까지 13조4910억원이라고 한다.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앙정부 지출과 관련해서도 그 적절성과 효율성이 회의적인데, 정확한 내용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광역·기초자치단체 지출의 적절성과 효율성은 어떨지 궁금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추경 예산을 전부 합치면 20조원이 넘는, GDP의 1%를 훨씬 웃도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런 추경으로도 경제 성장률 제고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면 경제에 커다란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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