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영업익 첫 3000억원 돌파
中서 '포기와 집중' 전략
[ 민지혜 기자 ]
LG생활건강은 2006년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왕후의 화장품’이란 콘셉트의 브랜드 ‘후’를 앞세웠다. 백화점 럭셔리 코너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했다.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래도 6년을 버텼다.
2012년 한류의 영향으로 갑자기 ‘후’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LG생건 경영진은 이때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중국 시장에서는 럭셔리 브랜드로 승부한다.” 이후 이자녹스 등 중국에 진출했던 중저가 브랜드는 모두 철수시켰다. ‘포기와 집중’ 전략이었다. 후의 제품 패키지는 더 고급화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색, 붉은색을 입혔다. 이 전략은 계속됐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등 정치적 변수에도 중국 소비자들은 후를 찾았다.
LG생건은 중국 사업 성장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사상 처음 영업이익 3000억원을 돌파했다. 1분기 LG그룹 내에서 LG전자를 제외하면 가장 돈을 많이 번 회사가 됐다.
럭셔리 화장품 사업 고성장 이어가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8748억원, 영업이익 3221억원을 냈다고 25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0%, 영업이익은 13.5% 늘었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은 17.1%에 달했다.
사상 최고 실적은 화장품 사업이 이끌었다. 1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은 1조139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보다 20.3% 늘었다. 영업이익은 2462억원으로 16.1% 증가했다. 후, 숨, 오휘 등 3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7989억원을 기록했다. 3개 브랜드는 화장품 매출의 70.1%를 차지했다. 작년 동기(6113억원)보다 20.7% 증가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후가 중국에서 계속 20~30%씩 성장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중국에 출시한 숨의 고가 제품인 로시크숨마 판매가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의 배경”이라며 “지난해 6000억원이던 LG생건의 중국 화장품 매출이 올해는 800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왕후의 화장품’ 후 ‘인기’
화장품 가운데 주인공은 후였다. 후는 1분기에 전년보다 36% 늘어난 6382억원어치나 팔렸다. 레드와 골드를 조화시킨 고급스러운 용기와 화려한 박스로 세트(사진)를 구성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존에 한방화장품 브랜드들이 심플한 용기로 성분을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과거 왕실의 독특한 궁중처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장품이라는 점을 내세운 마케팅도 성공적이었다. 중국 내 한류열풍과 더불어 K드라마, K팝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K뷰티 대표 주자로 후가 주목받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2014년 방한 때 후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내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왕후의 화장품’이란 콘셉트와 맞아떨어졌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LG생건의 올해 1분기 중국 현지법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후’를 글로벌 브랜드로
면세점 매출이 계속 증가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LG생건의 올해 1분기 화장품사업 면세점 매출은 4229억원으로 전년 동기(3383억원)보다 25% 증가했다.
지난해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 순위 1위 브랜드도 후였다. 총 1조665억원의 매출로 2위 설화수(4397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팔렸다.
LG생건은 후 숨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사업을 더 강화키로 했다. 이날 뉴에이본을 인수한 것도 미국 등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에서의 고성장을 발판으로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전략이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는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의 미국 시장 공략이 성공할지 관심을 끈다. LG생건 관계자는 “뉴에이본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를 북미지역에 진출시킬 수 있고 뉴에이본 제품을 더 고급화해 북미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