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강경민 금융부 기자
[ 강경민 기자 ] 수출입은행이 비용 절감을 위해 추진한 조직 슬림화가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반발로 백지화됐다.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계획이 정치권 압박에 밀려 백지화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은은 지난해 말 혁신안 이행의 일환으로 폐쇄하기로 한 창원지점 및 구미·여수·원주출장소를 존치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수은 관계자는 “지점·출장소 폐쇄를 철회해 달라는 여야 국회의원들과 해당 지역사회의 요구를 검토한 결과 지역균형발전 등 공공성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존치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수은은 출범 이후 사상 처음 대규모 적자를 낸 2016년 말 국내외 사무소 폐쇄 등 조직 슬림화를 목표로 한 혁신안을 내놨다. 이 혁신안의 후속대책으로 지난해 12월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창원지점 및 구미·여수·원주출장소를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은의 발표 이후 정치권과 해당 지역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지역 경제단체는 “수출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수은의 지점 폐쇄는 ‘비 오는 날 우산 뺏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해당 지역에 지역구를 둔 여야 국회의원들은 잇달아 은성수 수은 행장을 면담하며 사무소 존치를 요구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수은의 지점 폐쇄 재검토를 촉구했다.
당초 수은은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지역 사무소 폐쇄 방침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잇단 압박에 은 행장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관계자는 “지역경제가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비 올 때 고객과 우산을 함께 쓰는 기업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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