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 '상속세 공포'
노재근 코아스 회장
'비현실적 가업상속공제' 고충 토로
[ 심성미 기자 ] “회사를 물려주려면 수십억원을 들여 오너 지분을 4% 더 취득해야 하는 아이러니컬한 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한국거래소 상장기업인 코아스의 노재근 회장(사진)은 14일 “10년 이상 사장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큰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방법이 없다”며 가업상속제도의 맹점을 격정적으로 비판했다.
1983년 사무용 가구업체인 코아스를 창업해 매출 1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노 회장은 올해 73세다. 그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혜택을 받기를 원하지만 상장사 지분 규정에 발목이 잡혀 있다.
현재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비상장 기업의 경우 피상속인의 지분율이 50%, 상장기업은 30% 이상이어야 한다. 지분율 30%를 맞추지 못하면 공제 혜택 없이 증여세를 그대로 내야 한다. 노 회장 일가의 지분은 현재 25.8%다. 공제 기준을 충족하려면 수십억원을 들여 4.2%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수밖에 없다.
노 회장은 “당장 그럴 여력이 없다”며 “승계 작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처럼 현실적으로 지분율 기준을 20~2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가업상속공제 때 한국보다 낮은 25% 지분율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상장사 지분율 30% 기준을 맞추더라도 고민은 남는다. 상속세 공제를 받은 기업은 10년간 고용과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노 회장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경영 환경과 소비 트렌드가 변하는 시대에 10년간 다른 업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업종과 고용 등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업종 전환을 7년이나 묶어두겠다는 것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가업 승계’라는 단어를 ‘기업 승계’로 바꿀 것도 주문했다. 그러면서 “가업 승계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한다”며 “단순히 자식에게 부(富)를 물려주는 게 아니라 고용과 기술력을 승계해 한국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회사를 팔겠다고 하면 사려고 나서는 사람은 많겠지만 아이템을 바꾸지 않고 가구 사업을 유지하거나 직원들을 전부 껴안고 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처럼 ‘물려주느니 파는 게 낫다’는 인식이 고착화하면 일본, 독일처럼 100년 중견기업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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