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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의 데스크 시각] 폐쇄성의 함정과 대통령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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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생활경제부장


[ 김용준 기자 ] 그나마 다행이다. 삶의 터전이자, 추억의 장소이며, 수많은 생명의 안식처인 그 자연을 덮친 산불이 잡힌 것은. 사람들은 각자의 일을 했다. 전국의 소방차는 신속히 집결했고, 군인과 경찰은 재난이 확산되지 않게 막았다. 불이 나자마자 신고하고, 폭발물을 서둘러 옮긴 시민도 있었다. 기업들은 각종 구호물품을 보내 재난 극복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서둘러 피해를 복구하고 그곳에 있던 산림과 생명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1988년 미국 옐로스톤 화재는 위로가 될 듯하다. 당시 국립공원의 20%가 불탔다. 모두 절망했지만 30년 후 그곳에서는 더 많은 동물과 식물이 발견됐다. 자연의 복원력은 그렇게 다양성을 가져다줬다.

재난관리와 위기관리

이번 재난관리에서 보여준 정부의 능력은 별로 흠잡을 게 없는 듯하다. 대처는 빨랐고, 모든 역량은 총동원됐고, 지도부는 현장에 있었다. 네티즌들도 그런 평가를 하고 있다. 이를 보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재난이라는 위기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정부가 왜 자신들의 위기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까.

얼마 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사퇴했다. 하지만 해명은 마치 “집 없는 사람이 빚을 내 집 한 채 산 게 무슨 큰 죄냐”는 듯했다. 국민들은 화가 났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장관 후보자 낙마에 대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도 마찬가지다.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고, 재발방지 대책은 빠져 있었다. 대신 “언론의 취재가 검증의 완성”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공분을 샀다. ‘위기는 위기 자체가 아니라 위기관리로 기억된다’는 명제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도대체 왜 저런 대응을 했을까.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표면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문제는 터널 시야다.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위기관리의 첫 번째 적이다. ‘집을 산 게 위법도 아닌데 왜 난리일까’라고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는 ‘가장 먼저 피해자를 관리하라’는 위기관리의 철칙을 이행하지 못하게 만든다. 투기를 막겠다고 나선 ‘정부의 입’이 그 시기 투기를 했다는 것에 가장 상처받은 국민들, 그 피해자를 안중에 없게 만들었다.

관리 시스템의 붕괴

위기관리 시스템도 붕괴된 듯하다.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면 비서실장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노영민 실장은 대변인 퇴임과 장관 후보자 탈락이라는 중요한 문제와 관련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임종석 전 실장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사과문이 아닌 윤도한 수석의 입장문은 거론할 가치도 없어 보인다.

필자가 아는 한 청와대는 이 정도 수준은 아니다. 위기관리의 기본, 국민 정서의 흐름 등을 모두 무시하게 만든 근저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그곳에는 폐쇄성이라는 함정이 패여 있다. 청와대 내에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만 모여 있다. 레임덕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은 이들을 더더욱 자신들의 논리로 무장하게 한다. 고립의 시작이다. 그래서 내 사람만 쓰고, 흠집이 나도 그를 지키려는 관성을 만들게 된다. 개방성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카드 사태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예상을 깨고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기용했다. 인사는 메시지다. 시장은 반응했고 위기는 사그라들었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가 개방성과 실용주의는 이어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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