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문재인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의 청와대 간담회에서 한 청년단체 대표가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부의 청년 대책은 달라진 게 없다”며 눈물을 터뜨린 모습이 두고두고 씁쓸하다. 그는 “정부가 청년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 대개 단편적”이라며 “사회이슈에 따라 때로는 비정규직 문제였다가 때로는 젠더 문제 정도로만 해석될 뿐,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해석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런 ‘눈물의 호소’에 많은 젊은이가 공감했을 것이다. 사회 첫발이 곧 취업절벽이고, 학교에서 배운 것은 별 쓸모가 없고, 촘촘한 기득권 틈바구니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암울한 게 요즘 청년세대다. 풀 죽은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이 40만 명을 넘고, ‘그냥 쉰다’는 청년 구직단념자가 30만 명이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이란 게 강의실 불끄기 같은 단기 알바, 푼돈 쥐여주는 청년수당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참담할 따름이다.
저성장 속에 경직된 고용시장의 일자리 의자 뺏기는 더욱 격렬해지고, 결혼도 출산도 인간관계도 포기한 ‘N포세대’의 자조(自嘲)와 탄식 소리는 커져만 간다. ‘공정함’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른 청년들에게 채용 비리나 고위공직자들의 ‘내로남불’식 삶의 태도는 또 다른 좌절을 안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사토리세대(달관세대) 같은 자포자기를 부른 게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면 청년들은 꿋꿋이 도전할 것이다. 하지만 내일이 더 암울하고, 고령화의 구조적 덤터기까지 써야 할 판이다. 청년을 나라의 미래로 삼는 진정성 있는 정부라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켜켜이 쌓인 기득권을 타파하고 고도혁신사회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그게 곧 청년 일자리 대책이자 저출산 해법이다. 청년들에게 절박한 것은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꿈과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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