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로 읽는 시사경제 - 증강현실
VR은 오직 가상의 세계만 보여주고
AR은 실제 공간에 부가정보를 혼합
둘을 결합한 기술은 MR·XR로 불려
3년뒤 시장규모 120조원으로 커져
게임·의료·교육·제조·마케팅·국방 등
다양한 분야서 기술·콘텐츠 경쟁
[ 임현우 기자 ]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지난달 2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갑자기 집채만한 비룡(飛龍)이 날아들더니 야구장 한가운데서 날개를 쭉 뻗고 불을 내뿜었다(사진). 이 용은 물론 진짜가 아니었다. 한 통신업체가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로 만든 가상의 이미지로, TV 중계와 전광판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실제 존재하는 야구장과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용의 그림이 자연스럽게 결합해 독특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그런가하면 요즘 시내 곳곳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체험관’이 늘어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먼 미래의 기술로 여겨졌던 VR과 AR이 생활 곳곳에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포켓몬 고’부터 ‘홀로렌즈’까지
VR과 AR은 함께 언급될 때가 많지만 개념은 상당히 다르다. VR에서는 이용자의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고 오로지 가상으로 만들어진 세계만 보여준다. 머리에 쓰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기기 등을 많이 활용한다. AR은 이용자가 살아가는 실제 세계를 배경으로 하되 그 위에 부가정보를 얹는다.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포켓몬 고’ 게임이 대중에게 친숙한 AR 기술의 대표적 사례다.
최근엔 혼합현실(MR·mixed reality)이라는 용어도 신문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MR은 VR과 AR의 단점을 보완해 한층 진화한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실제 공간과 사물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3차원(3D) 가상 이미지를 더해 사실감을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올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홀로렌즈2’라는 이름의 MR 기기를 공개하는 등 업체들의 기술 경쟁이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VR, AR, MR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이라는 말도 많이 쓰고 있다. 문자 X가 변수(變數)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VR, AR, MR뿐만 아니라 미래에 등장하는 모든 관련 기술을 포괄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5G 시대’ 킬러 콘텐츠로 각광
시장조사업체 디지털캐피털에 따르면 세계 AR·VR 시장규모는 2022년 약 1050억달러(약 12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게임, 공연, 여행 같은 오락용 콘텐츠 외에도 의료, 제조, 국방, 교육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되는 추세다.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최대 20배 빠른 5세대(5G) 이동통신이 보급되면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5G 통신칩을 탑재한 VR 기기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국VR·AR콘텐츠협회가 세계 주요국의 기술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들은 업계 선두 미국에 1.6년 뒤처졌으며, 후발주자 중국에는 불과 4개월 차로 추격당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과 비교한 기술 격차는 유럽은 0.8년, 일본은 1년, 중국은 2년씩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선 이들 기술을 다루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이 활발한 데다 MS, 구글, 페이스북 등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내년까지 관련 분야 국제표준의 5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40억위안(약 6700억원)의 정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협회 측은 “해외 종속을 막기 위해 독자적인 기기 개발과 전용 콘텐츠 발굴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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