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혁신금융은 혁신기업 성장을 위한 기업여신시스템 혁신 등의 금융지원을 의미합니다. 이번 대책에서 빠진 핀테크(금융기술) 등 금융산업 규제 완화는 혁신금융이 아니라 금융혁신입니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을 앞두고 이뤄진 사전 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들려준 얘기다. 정부는 혁신금융을 위해 기업여신시스템 혁신, 기술금융 강화 및 서비스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공급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출을 내줄 때 부동산 담보에만 의존하는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등을 감안해 평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권도 혁신·창업기업 성장을 위해 기존 대출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금융 홀대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계 인사들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번 혁신금융 정책의 상당수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됐다. ‘금융회사가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2008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줄 때 담보가 아니라 기술력으로 평가하는 기술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바뀌지 않은 이유는 뭘까.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중요하지만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금융산업 자체에 대한 혁신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개혁이 이뤄지면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라는 게 금융 종사자들의 얘기다. 규제완화를 통해 먼저 금융산업의 규모를 키워야지만 혁신기업들에 대한 충분한 금융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고 다른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통로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모험자본이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신생 기업에 과감히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혁신금융’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금융규제 개혁을 통한 ‘금융혁신’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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