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기자 ]
“혁신금융은 혁신기업 성장을 위한 기업여신시스템 혁신 등의 금융지원을 의미합니다. 이번 대책에서 빠진 핀테크(금융기술) 등 금융산업 규제 완화는 혁신금융이 아니라 금융혁신입니다.”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을 앞두고 이뤄진 사전 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들려준 얘기다. 정부는 혁신금융을 위해 기업여신시스템 혁신, 기술금융 강화 및 서비스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공급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출을 내줄 때 부동산 담보에만 의존하는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등을 감안해 평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권도 혁신·창업기업 성장을 위해 기존 대출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금융 홀대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계 인사들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번 혁신금융 정책의 상당수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됐다. ‘금융회사가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2008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줄 때 담보가 아니라 기술력으로 평가하는 기술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바뀌지 않은 이유는 뭘까.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중요하지만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금융산업 자체에 대한 혁신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개혁이 이뤄지면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라는 게 금융 종사자들의 얘기다. 규제완화를 통해 먼저 금융산업의 규모를 키워야지만 혁신기업들에 대한 충분한 금융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고 다른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통로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모험자본이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신생 기업에 과감히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혁신금융’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금융규제 개혁을 통한 ‘금융혁신’이 더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