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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0억 들인 洑 없앤다는 정부…농민들 "가뭄·폭염 땐 죽으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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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委, 한강·낙동강 11개보 처리방안도 연내 발표

'경제성' 잣대로 해체·유지 판단
세종·공주·죽산보는 해체…백제·승촌보는 상시 개방



[ 심은지 기자 ]
“당장 가뭄이 들면 우리 보고 죽으라는 거냐. 공주보 철거는 우리 농민들의 생명선을 자르는 조치다.”(금강 유역 농민)

22일 정부세종청사 정문에 수십 명의 금강 유역 농민이 몰려 들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방안’을 듣고 달려왔다고 했다.

환경부는 “보가 사라지면 수질·생태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금강·영산강의 5개 보 중 공주보를 포함한 3개 보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공주 지역의 한 농민은 “공주보는 공주시 주변뿐만 아니라 예산의 예당저수지에 이르기까지 충남 지역의 농업용수를 책임지고 있다”며 “별다른 가뭄 대책도 없이 환경주의자들 얘기만 듣고 보를 철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3개 보 해체비용만 1667억원

정부의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방안’은 사실상 2013년 4대강 보 설치 이전으로 되돌리는 결정이란 평가다. 환경부는 5개 보 중 금강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보와 죽산보는 완전한 해체를, 공주보는 보 상부의 공도교를 유지하고 나머지 구조물을 없애는 부분 해체를 제안했다. 공도교를 남겨 두는 건 지역 주민의 차량 통행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4대강 16개 보에는 총 22조원이 투입됐다. 세종보 건설에는 150억여원, 공주보에는 1130억여원, 죽산보에는 600억원의 사업비가 쓰였다. 백제보와 승촌보는 각각 1050억원, 900억원 들었다. 이번 결정으로 총 3830억원의 사업비는 매몰 비용이 돼 사라진다. 오히려 보를 해체하는 비용 1667억원(추정치)이 추가된다.

위원회는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의 경우 해체보다 상시 개방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상시 개방은 수문을 최저 수위까지 항상 개방하고 가뭄 등 비상 상황 때만 막겠다는 의미다. 보 해체까지는 아니지만 본연의 물 저장 역할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최종 결정은 주민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6월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내리게 된다. 다만 이번 ‘보 해체’ 방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인 ‘4대강 보 재(再)자연화’의 일환인 만큼 큰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획위원회는 보의 유지관리 비용과 해체 비용을 경제적으로 평가하고 보 설치 전후의 수질·생태 변화를 기반으로 처리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보 해체로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을 비교해 현재가치로 추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합리적으로 따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위원회 구성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위원회가 환경주의자와 친정부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수질과 수생태계 등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는 게 애초 쉽지 않은 점도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폭염·가뭄 또 닥치면 어떡하나”

금강과 영산강 인근 주민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 건설로 강물과 주변 지천, 지하수 수위가 함께 높아진 덕분에 농업용수를 충분히 써왔는데, 보를 철거하면 당장 취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서다. 일부는 작년 여름과 같은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닥치면 농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주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 관계자는 “고인 물이 썩어 보를 헐어야 한다면 서울 시민들의 상수원인 팔당댐도 헐어야 한다”며 “하천 오염은 물이 고여서 썩는 게 아니라 지천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 때문인데 정부가 환경주의자들 주장만 듣고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시 내 시민단체와 주민자치단체들로 구성된 이 투쟁위는 공주보 해체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 해체와 수문 개방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이 대규모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작년 낙동강 유역의 일부 주민들은 환경부의 보 개방으로 지하수 수위가 떨어지는 바람에 수막(水膜) 농사의 피해를 봤다며 10억원의 피해보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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