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극복하고 영원히 함께 하기로 약속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A 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각 장애인 아내와 이혼을 원한다"면서 조언을 구했다. 장애가 있는 아내와 이혼한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눈총을 받는 만큼 익명의 네티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게 글을 쓴 이유였다.
A 씨의 아내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인물. 장애인 단체에서 시각 장애인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고, A 씨는 봉사활동을 갔다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연인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1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 당시 여성의 장애 때문에 지인들의 반대와 걱정도 많았지만, A 씨는 "사랑으로 극복하고 결혼식을 올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현실이었다"는게 A 씨의 고백이었다.
연애 당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싶다"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관리를 하는 똑똑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줬던 아내가 점점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 A 씨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며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며 "시각 장애가 있다보니 집안의 모든 물건이 정확히 제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한 번씩 실수하면 심하게 폭발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아내가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탓에 모든 집안일도 A 씨 담당이었다. 티슈를 놓는 자리에 티슈가 없었을 때 "아내가 비명같은 소리를 지르고, 두 시간 가량 욕을 했다"는게 A 씨의 설명이었다.
현재 중견 기업에 다닌다는 A 씨는 "아침에 6시에 일어나 밥을 해 같이 먹고, 설거지를 하고 출근을 한다"며 "퇴근 후에도 제가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와 청소 같은 집안일을 한다. 일을 하는 것 자체엔 불만이 없으나 하는 내내 아내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A 씨는 "국이 뜨거워도, 반찬이 마음에 안들어도, 뭐 하나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무시한다'고 폭발한다"며 "불 위에 후라이팬을 두고 요리를 하던 중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고 소리를 지르는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고, 얼른 전달하고 나왔는데 휴지를 집어 던져 후라이팬이 뒤집어져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아내는 A 씨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고, A 씨의 행동 때문에 화상을 입은 것이므로 모든 것이 A 씨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A 씨는 "이혼하자"고 말했고, 그날 아내는 집안의 모든 것을 부수며 분노를 표현했다.
A 씨 여동생이 조심스럽게 "두 사람이 사랑해서 시작한 결혼 생활인데, 조금씩 양보하며 맞춰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도와줄 수 있으면 돕겠다"고 제안했을 때에도 아내는 거부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여동생의 발언에 A 씨 아내는 분노하며 친정에 연락했고, 아내의 부모님과 언니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A 씨가 장인, 장모에게 지난 일을 전하며 "아내에게 뭐 하나 요구한 적 없는데, 정신적인 학대까지 지속적으로 당하다보니 더이상 결혼을 유지할 길이 없다"는 의지를 전했고, 이후에도 A 씨 아내가 "용서하면 돌아가주겠다"는 반응을 보여 이혼 결심을 굳히게 됐다.
A 씨는 "아내가 이혼 합의를 거부해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데, 모두가 시각장애인 불쌍한 아내를 버리는 남편 쯤으로 매도한다"며 "1년간 노예살이 같던 신혼 생활을 알릴 수도 없고 답답하다"면서 심정을 전했다.
A 씨의 고민에 "몸이 불편한 분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는 네티즌들의 위로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장애인 분들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장애인이란 말에 공감한다"고 했고, 몇 몇은 "장애인이 일반이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격지심과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사실상 증거 자료가 없다면 이혼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CCTV 등을 달고 증거를 수집해 이혼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장애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폭언 등 정서적 학대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게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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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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