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협상 삐걱…관세폭탄 다시 터질까 '촉각'
"美, 관세 바로 올리지는 않을 것"
[ 주용석/강동균 기자 ] 이달 말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열어 무역전쟁을 조기에 매듭지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세계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미·북,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리면 한반도 종전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 가능성도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 마감 시한(3월 1일) 전에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달쯤 정상회담을 하느냐’는 질문에도 “아직 아니다”며 “아마 (그건) 너무 빠르다”고 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먼 얘기”라고 했다. 미·중 통상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87%, 나스닥지수는 1.18% 하락했다. 범(汎)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도 1.93% 떨어졌다. 코스피지수(1.20%)와 일본 닛케이225지수(2.01%) 등 아시아 주요 증시 지수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3월 1일 전 미·중 정상회담’을 보류한 건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엔 “2월 말께 중국 하이난에서 정상회담을 하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을 받고 “(미·북 및 미·중 정상회담) 연계도 가능하다”고 말해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고위급 협상이 기대에 못 미치자 1주일 만에 분위기가 돌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 1일 정상회담을 한 뒤 ‘90일간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협상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앞으로 6년간 농산물과 에너지 중심으로 1조달러 이상의 미국 제품을 구입해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뿐만 아니라 기술절도, 기술이전 강요 관행 등을 개선하고 외국 기업에 편파적인 ‘중국제조 2025’ 산업정책 수정을 요구하면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과 ‘스몰딜(무역적자 해소)’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주 ‘빅딜(중국의 구조개혁)’로 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협상 시한을) 잠깐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국정연설에서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끝내고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줄이며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진짜 구조적 변화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미·중 무역협상보다는 오는 27~28일 열리는 베트남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 CNBC는 미·중 정상회담이 결렬된 배경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준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참모들도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정상회담 무산으로 ‘관세폭탄’이 다시 터지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3월 1일 밤 12시까지 무역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3월 2일 0시1분부터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CNBC는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3월 1일 이후에도 추가 관세율이 현행 10%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다음주 열리는 미·중 후속협상에 진전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대(對)중국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미 협상단은 11일부터 베이징에서 중국 측과 고위급 후속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다만 고위급 협상이 진전되는 상황에 따라선 3월 중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날 ‘침묵’을 지켰다. 3월 1일 이전에 미·중 정상회담을 열어 무역전쟁을 끝내려던 시 주석의 구상이 틀어지면서 3월 3일부터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분위기도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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