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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트럼프노믹스가 '잡탕'이라고?…그는 늘 성장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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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래퍼·스티븐 무어 '트럼프노믹스'

우파·좌파 정책 가리지 않는 트럼프
확실한 건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
감세와 규제완화로 4% 성장률 견인

"지금은 보호무역주의 고집하지만 언젠가는 자유무역으로 돌아올 것"



[ 오춘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지구촌은 트럼프의 혼란스러운 경제정책으로 지난 2년간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기간에 미국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라 할 만한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4.2%(연율 기준)로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경제정책을 일컫는 ‘트럼프노믹스(Trumponomics)’의 본질은 무엇이고,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며, 얼마나 지속될지 궁금증을 더한다.

‘공급경제학의 원조’로 알려진 아서 래퍼 전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79)가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재단 연구원과 함께 트럼프노믹스의 취지와 본질을 밝힌 《트럼프노믹스(Trumponomics)》(올포인츠북스)를 최근 펴냈다. 두 사람은 2016년부터 트럼프의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다. 이들은 선거 기간에 트럼프와 함께 경제정책의 골간을 짰으며, 지금도 트럼프와 스스럼없이 만난다.

트럼프노믹스는 흔히 이 정책 저 정책을 뒤섞어 만든 ‘잡탕 정책’ ‘섞어찌개 정책’으로 불린다. 우파 공화당의 전통적 경제정책인 조세 감면과 규제 완화, 주정부 권한 이양 등을 채택하면서도 좌파 민주당 정책인 재정지출 확대, 보호무역정책 등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그러나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분배보다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데서 우파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는 항상 성장이야말로 경제정책의 모든 것이며 빠른 경제 성장이 미국의 사회·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한다. 트럼프는 파이가 클수록 모든 사람에게 더 큰 조각을 나눠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들은 전한다. 분배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사회·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신경을 쓰는 좌파 민주당 정책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성장을 역설하는 트럼프노믹스에서 핵심 정책은 ‘감세’라고 강조한다. 감세의 아이디어는 트럼프가 제시했다. 트럼프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존경하며 이들과 닮기를 바랐다. 이들은 감세를 통해 미국 경제를 부활시킨 대통령이다. 케네디는 1962년 “세율이 높으면 국가에서 벌어들이는 세금 수입은 적고 세율을 낮추면 수입이 많아진다. 국세 수입을 올리기 위해선 당장 세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런 말을 인용하며 감세를 추진했다. 래퍼 교수는 감세의 이론적 토대인 래퍼곡선을 통해 레이거노믹스를 완성시킨 학자다. 그런 래퍼 교수도 트럼프가 제시한 감세 규모에 놀랐다. 자문진이 제시한 감세율 인하폭보다 훨씬 큰 규모(법인세 35%→20%)를 제시하면서 “이렇게 해도 괜찮냐”고 래퍼에게 물어본 것이다.

규제 완화도 트럼프의 생각이다. 그는 환경이나 금융, 정보기술(IT) 등 많은 산업에서 규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망중립성 규제를 해소하고 중소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각종 규제를 풀어나갔다. 트럼프는 또 미국의 천연자원을 수출에 적극 활용하자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 재임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수출국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가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자(Let’s make America energy dominant)’가 그의 캐치프레이즈였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규제를 없애고 수출을 적극 도왔다. 셰일혁명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 기술 혁신이고, 생산성 혁신이다. 래퍼 교수는 미국 이외의 어떤 나라도 셰일을 채굴하는 드릴공법 혁신을 이루지 못했으며 빨라도 미국보다 10~15년 늦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셰일오일의 90%가 사유지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아직 공유지에는 수천억 배럴의 기름이 묻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순수출국이 됐다. 트럼프의 바람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무역 문제에서는 그러나 트럼프와 의견을 달리한다. 래퍼 교수는 미국에서 경제적 번영은 무역흑자가 아니라 무역적자와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케네디와 레이건, 클린턴 시절 활황기에 무역적자는 커졌으며 경기침체기엔 무역적자가 좁혀졌다는 것이다. 래퍼는 트럼프가 성장을 원하면 무역적자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종국적으로 트럼프는 자유무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작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무관세와 무장벽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고 각 국의 보조금이 없는 세상을 원한다”고 밝혔었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트럼프의 낙관주의가 미국을 바꾼다고 역설한다. 트럼프는 매일이다시피 세계에 경제 낙관주의를 전파한다. 규제 완화, 감세 등으로 미국 기업들에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저자들은 평가한다. 트럼프의 지나친 자국우선주의, 보호주의에 대한 언급과 비판이 부족한 게 조금은 아쉽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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