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이어준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
"동남아에 자생력 갖춘 FC 육성"
[ 조희찬 기자 ] “‘인간 박항서’를 강조한 것이 베트남 신화의 시작이었죠. 사람 자체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박항서 감독을 베트남으로 이끈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사진)의 말이다. 최근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대표는 “2017년 당시 감독 이력보다는 박 감독의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스포츠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2013년 회사를 나와 스포츠매니지먼트사를 차린 그는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서던 중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르엉쑤언쯔엉의 K리그 진출을 도왔다. 이 인연으로 베트남축구협회로부터 국가대표팀 감독 추천을 요청받았고, 박 감독을 소개했다.
평소 축구를 ‘콘텐츠’로 바라본 이 대표는 박 감독과 베트남 축구가 시너지를 내 오래 사람들 뇌리에 남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원했다. 2002 한·일월드컵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 경남 FC 감독 등 감독 이력 앞에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이미지와 170㎝의 키로 선수 생활을 한 점 등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베트남이 원하는 축구 스타일이 패스가 많은 세밀한 축구인데 이전까지 ‘뻥 축구’만 해왔다”며 “박 감독이 평균 키가 작은 편인 베트남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베트남에서도 이 점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스포츠개발업자’로 부르는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동남아에서 자생력 있는 축구 클럽(FC)을 만들어 ‘감독 박항서’에 이은 ‘선수 박항서’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말레이시아 프로축구 3부 리그에 편입되는 독립 구단 FC 아브닐이 시발점이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축구선수가 프로로 데뷔할 확률은 1%에 불과하다”며 “한국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FC 아브닐에서 제2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C 아브닐에서 선수들은 프로를 꿈꾸며 영어도 배우고 말레이시아 명문 사립대에 입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다”며 “축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해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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