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8일 19년만의 총파업 앞둬…신한생명 대표이사 내정 철회 기자회견
부(富)와 복(福)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를 맞은 금융권의 표정이 어둡다. 새해 벽두부터 주요 금융그룹 대표 계열사에서 노사 간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생명 등은 임금단체협상, 경영진 인사 등을 놓고 사측과 직원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은행 임원들은 총파업을 나흘 앞둔 지난 3일 사내 컴퓨터를 통해 'KB 국민은행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이란 제목으로 파업 참여를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영상을 방송했다.
김남일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 부행장은 영상에서 "3000만명의 고객과 함께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리딩뱅크의 위상을 우리 스스로가 허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총파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임원들은 인트라넷인 '와이즈넷'에 임단협 관련 쟁점에 대한 은행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놓고 노동조합과 사측이 갈등의 고리를 풀지 못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총파업 위기에 놓였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는 8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것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19년 만이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임원 측의 영상이) 예정된 파업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분위기"라며 "조합원들의 감정에 호소하기 보다 교섭에 충실히 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오는 7일 파업 전야제를 개최하고 8일 서울 잠실에서 모여 총파업에 나서는 계획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나은행 노조도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임원 인사에 대해 "직원이 납득할 만한 인사원칙을 제시해 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인사를 단행해 부행장이 4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 바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그룹을 쪼개 부행장 자리를 만들어 경쟁 은행 대비 2배나 많은 부행장급 임원이 탄생했다"며 "임원급 자리 나눠먹기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채용비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을 언급하고 "함영주 행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인사관련 불공정의 연쇄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딩금융그룹 탈환'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신한금융그룹에서도 인사에 대한 내부 반발이 표출되고 있다.
신한생명 노조는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신임 사장에 내정된 데 대해 연초부터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내정자는 과거 알리안츠생명보험(현 ABL생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업계 최장기 파업을 촉발한 바 있다. 이후 에이스생명보험(현 처브라이프생명)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에서 재임 기간 인원 감축, 중복부서 정리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해 당시 노조의 반발을 샀다.
유정식 신한생명 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현재 대표이사의 임기를 3개월 남긴 상태에서 보험 전문가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내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인사"라며 "정 내정자의 대표 선임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노조 역시 인사에 대해 항의 성명을 냈다. 은행 노조는 지난달 24일 성명서에서 "진정한 조직쇄신은 최고경영자(CEO) 한명을 바꿔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며 "직원 비전 제시와 함께 후속 인사 등 구체적인 혁신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신한지주의 이번 인사는 절대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노조도 같은날 내부 통신망을 통해 "(신한금융지주의) 자경위(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의 임원 추천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정민/김은지/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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