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9 - 이것만은 꼭 바꾸자
3.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하자
2019년 최저임금 시급 8350원…2년새 29% 이상 가파른 상승
주휴수당 감안하면 1만원 돌파
패스트푸드점 '無人 주문기' 늘고, 단기 알바 등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
영세 자영업자 "생존 임계치 임박"
정치권서도 최저임금 동결 주장
[ 백승현 기자 ]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86년 제정된 최저임금법 제1장 1조 조문이다. 최저임금법을 제정한 취지와 목적이 최저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2년 새 29% 이상 오르면서 취약 근로자의 생계 보장을 넘어 연봉 5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근로자까지도 최저임금 위반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1년 앞당겨 ‘최저임금 1만원’
뒤늦게 정부가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영세 소상공인들은 속도 조절이 아니라 ‘일단 멈춤’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최소한 2020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다.
새해 1일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시급은 8350원이다.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1만30원으로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16.4%라는 기록적인 인상률에 이어 올해 또다시 10.9%나 오르면서 법정 최저임금은 2년 새 29% 이상 인상됐다.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실질 인상률은 55%에 달한다. 이는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한꺼번에 인건비가 그만큼 치솟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주휴시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를 뒤집겠다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한 지난달 31일 소상공인연합회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들고 헌법재판소로 달려간 이유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까지도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지난해 5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산입하기로 했지만 상당수 기업은 강성 노동조합의 벽에 막혀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중 쇼크’ 닥친 현장은 아수라장
골목식당과 편의점주 등 영세 자영업자들은 새해를 맞은 첫날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최저임금 추가 인상에다 주휴수당까지 지급해야 하는 ‘이중 충격’을 맞고 있어서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은 그동안 최저임금 계산에 주휴시간과 그에 해당하는 수당은 포함하지 않았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주휴시간과 수당을 포함하도록 하면서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에다 주휴수당까지 반영하면 올해에만 한꺼번에 인건비가 30% 넘게 오른다”며 “가뜩이나 경기 악화로 사업이 어려운데 인건비 급증까지 감내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곳이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1일 문을 연 서울 중구의 한 식당 주인은 “작년에 크게 오른 최저임금을 맞출 형편이 못 돼 아르바이트를 내보냈는데, 올해 또 10% 넘게 올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에 캄캄하다”며 “아예 영업을 접는 게 나은지 판단이 안 선다”고 했다.
최저임금 최대 수혜자는 ‘무인주문기’
최저임금 인상 폭주의 결과는 질 낮은 일자리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쪼개기 알바’로 대응하는 소상공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 17시간 이하 초단시간 근로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은 주 5일을 일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로, 주 15시간 이하 근로자에게는 주지 않아도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초단시간 근로자는 151만2000명이었다. 2016년 11월(125만7000명)과 비교하면 2년 새 25만5000명(20.3%)이나 늘었다.
쪼개기 알바를 넘어 아예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패스트푸드업계가 대표적이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2017년 말 50% 수준이던 무인주문기(키오스크) 매장을 지난해 말 60% 이상으로 늘렸다. KFC는 2017년 5곳에 불과하던 무인주문기 매장을 지난해 말 전국 200개 매장 전체로 확대했다.
속도 조절은 대안 못 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얘기했지만 현실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없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1일부터 적용된 만큼 거스르기는 불가능하다. ‘적용 시기를 6개월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작년 말 제기됐지만 정부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주휴수당까지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속도 조절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나마 손댈 수 있는 것이 내년 최저임금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 과도한 인상폭을 낮추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산업계에선 이 정도론 현장의 충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할 정도의 의지를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정치권에서도 “2020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11월 2020년 최저임금 동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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