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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예술의 고객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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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 세종문화회관 사장 ceo@sejongpac.or.kr >


연말이라 그런지 거리의 기부금 모금이 눈에 많이 띈다. 서울 광화문사거리에는 사랑의온도탑이 세워졌고, 세종문화회관 앞을 비롯해 거리 곳곳에서 구세군 종소리도 들린다. 간혹 성금과 성품의 ‘기부를 받습니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무형의 가치를 잠재 기부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형의 제품을 팔기도 어려운데 무형의 가치를 판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거리모금 캠페이너들은 철저하게 고객 관점에서 접근한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 또는 이윤 극대화라고 배웠다. 하지만 지금의 기업은 단기적인 이윤보다 지속가능 경영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출을 늘리며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진화하려고 노력한다.

이때 기업의 존속을 결정짓는 것은 고객이다. 기업의 패러다임과 프로세스를 바꿔가는 방향 역시 고객에 맞춰져 있다. 고객 창출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효용을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얻게 하고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작은 식당부터 대기업까지 지속가능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급자가 중심이던 시기에는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기업은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공급자가 증가해 이제는 구매자가 중심인 세상이 됐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기업의 생존이 달리게 됐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보면 우리나라 예술계는 아직 공급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예술은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와는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예술을 창작하는 것 자체로도 중요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문화예술은 고객보다는 예술을 생산(창작)하는 사람 중심으로 조직이 움직인다.

하지만 점차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이 다변화되고 예술가와 예술단체 수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예술시장도 고객 중심 구조로 바뀌고 있다. 모든 예술을 상업적 혹은 대중적으로 창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고객이 누구인지를 정하고 그 고객이 원하는 효용과 욕구를 파악해 고객을 창출해야 한다. 고객 창출을 잘하는 예술단체는 지속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쇠퇴할 수밖에 없다. 예술단체의 패러다임을 고객 중심으로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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