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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 사표 던지고 힙합융합체 창업…대륙의 1020, 힙합에 열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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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특파원의 선전 리포트

힙합융합체 창업자 콤리
선전인민은행 3년 다니다 창업
"中 댄서·디제이 세계에 알리자"
관련 행사 기획·이벤트 개최
젊은이들에 선풍적인 인기



[ 노경목 기자 ]
지난 8일 중국 선전 중심가의 푸톈실내체육관은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무대에는 힙합 가수와 스트리트 댄서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차오슈아이(超帥: 스타일 ‘쩐다’)” “차오지간시에(超級感謝: 슈퍼 감사해요)” 등 힙합식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중국 최대의 힙합 관련 시상식인 ‘차이나 힙합 어워드 2018’의 현장이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은 이 행사 주최자는 선전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힙합융합체다. 힙합 문화 보급을 목표로 2006년 창업한 힙합융합체는 이제 중국의 힙합 문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일반적인 연예 기획사가 아니라 힙합 예술가들이 자신을 알리고 싶을 때 선택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은행원을 그만두고 창업

창업자인 콤리(ComeLee·본명 리하이친)가 힙합에 관심을 둔 것은 10대 시절 스트리트 댄스를 즐기면서다. 대학에 입학한 2001년에는 선전 최초의 스트리트 댄스팀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힙합 문화에 빠지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그는 선전 인민은행에서 3년간 인사 관련 업무를 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틈틈이 길거리에서 춤 공연을 연출해 그의 댄스팀이 중국 내 스트리트 댄스 경연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힙합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던 콤리는 2005년 인민은행을 나와 중국의 힙합 문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8개월간 4000㎞를 여행하며 100여 개 도시를 돌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힙합 예술가를 만나며 관련 스타트업 창업을 결정했다.


그는 “스트리트 댄서부터 힙합 가수, 디제이, 그라피티 작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힙합 예술가가 중국 각지에 있었다”며 “이들이 자신을 알리고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2007년 텐센트에 인터넷 힙합 채널 ‘힙합 퓨전’을 론칭하고 24시간 힙합 음악을 틀며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디뎠다. 각 도시에서 열리는 스트리트 댄스 대회도 생방송했다. 2008년부터는 힙합과 관련된 행사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차이나 힙합 어워드를 비롯해 ‘중국 힙합 페스티벌’, 스트리트 댄스 대회, 디제잉 대회 등 힙합융합체가 매년 개최하는 대회는 9개에 이른다.

“힙합 문화 확산의 전도사”

2006년 이후 12년간 활동을 이어오면서 힙합 융합체와 관계를 맺은 힙합 예술가는 가수부터 그라피티 작가까지 1000명이 넘었다. 올해는 한국 콘텐츠제작회사인 스마트미디어와 손잡고 중국 힙합 가수들의 한국 정착기를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 ‘절대아제(絶對亞制)’를 만들기도 했다.

힙합융합체는 가수나 댄서 개개인과 소속사 계약 등을 맺지 않는다. 콤리는 “특정 브랜드나 고정된 회사가 아니라 플랫폼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며 “모든 힙합 관련 문화가 힙합융합체 속에 융화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힙합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개최하며, 방송 프로그램 등을 제작해 힙합 예술가들이 활동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 힙합융합체의 주요 업무다. 수익은 이 같은 활동의 입장료와 협찬금, 상품 및 광고 판매 등에서 얻어진다. 각종 행사에서 새로 발표된 음악의 판권을 대리 운영해 수익을 얻기도 한다.

힙합융합체의 직원은 15명으로 아티스트와 판권 관리, 뉴미디어 제작 등의 업무를 나눠 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25세에 불과하다. 젊은이들이 많고 다른 문화에 개방적인 선전 특유의 분위기가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2013년부터는 선전시 푸톈구가 자체 문화발전펀드의 지원 항목에 힙합 문화를 포함시키고 힙합 어워드 등 힙합융합체의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 초기만 해도 힙합을 즐기는 중국인은 많지 않았다. 힙합융합체가 관련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그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한국의 ‘쇼미더머니’를 밴치마킹한 힙합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등 중국 내에서도 힙합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힙합 문화가 중국 내에서 확산되는 만큼 힙합융합체의 사업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콤리는 “랩과 스트리트댄스, 디제잉, 그라피티 등 힙합의 4대 문화는 모두 스스로를 표현하는 창조성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어 젊은이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며 “힙합융합체를 중심으로 관련 플랫폼이 더해지면서 힙합 문화가 깊게 뿌리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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