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교착에 대북압박 강화
정경택 보위상·박광호 선전부장 등 김정은 핵심 참모 3명 제재 포함
"2차 미·북 정상회담 앞서 '지렛대' 확보하려는 시도" 분석도
[ 이미아 기자 ]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인권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최용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을 비롯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의 핵심 간부 세 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지난달 초 미·북 고위급 회담 무산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강온 양면 전략을 펼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지속적 인권 유린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최용해와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세 명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최용해에 대해선 “당·정·군을 아우르는 ‘북한의 2인자’로 추정되며, 검열기관인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고 있다”고 지목했다. 정경택은 “보위성(국가정보원에 해당)이 저지른 검열과 인권 유린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됐다. 박광호는 “사상의 순수성 유지와 검열 총괄, 억압적 정보통제와 인민 교화 등을 하는 선전선동부 책임자”라고 적시했다.
이번 제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2월 서명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른 것이다. 올해 미·북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이후 첫 인권 관련 제재라 더욱 주목된다. 미국의 인권 관련 북한 제재는 이번이 네 번째다. 2016년 7월엔 김정은을 비롯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지난해 1월과 10월엔 각각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정영수 노동상을 잇따라 제재했다.
이 같은 조치는 미·북 협상 때 나오는 강온 양면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2월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공언했다.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대북 제재 완화를 거론하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의 회담 재개에 북한의 답이 없자 미국이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제재는 계속되고, 강화될 것이라는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날 평양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9일부터 해외 순방길에 나선 이용호는 베트남과 시리아를 잇따라 방문하고,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 등을 만나 면담했다. 그 후 8일 몽골을 방문했다. 북한의 헌법상 행정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다.
이들이 평양으로 귀환한 만큼 김정은의 셈법도 곧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서울 답방’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선후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란 얘기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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