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고용노동부가 드디어 움직였다. 자동차부품업체 유성기업에서 노조원들이 회사 임원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지 11일 만이다. 고용부 지방관서 다섯 곳이 불법점거된 지 수개월 만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3일 이들 사건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늦게라도 노동정책 주무부처가 원칙 대응에 나서면서 친(親)노동 성향이 강했던 전임 김영주 장관 때와는 달라졌다는 평가도 일부 나왔지만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장관 ‘특명’대로 고용부는 즉각 ‘액션’에 들어갔다. 고용부 창원지청은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본부에 공문을 보내 24일째 청사를 점거 중인 조합원들의 퇴거를 요청했다. 오는 7일까지 불응할 경우 경찰에 강제 해산을 요청하겠다는 보기 드문 ‘강수’도 뒀다.
그러나 고용부가 그간의 침묵을 깨고 원칙 대응 방침을 밝히기까지 일련의 과정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최근 고용부 보도자료에는 담당부서가 운영지원과와 노사관계지원과 두 곳이다. 유성기업 건은 노사관계지원과에, 불법점거 건은 운영지원과에 문의하라는 얘기다.
운영지원과는 각 실·국의 업무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조직이다. 물론 각 지방관서의 시설관리나 청사방호 업무도 운영지원과 소관 업무이기는 하다. 하지만 올 들어서만 일곱 차례에 걸쳐 전국 다섯 곳의 지방관서가 불법 점거된 사안에 대한 대응이 운영지원과 업무라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지 않을까. 민주노총 산하 조직은 한국GM 불법파견 처벌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창원지청을,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직고용을 외치며 경기지청을, 대구고용청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대구청을 점거했다. 사안마다 차이는 있지만 각각 근로기준정책관실, 청년여성고용정책관실, 노사협력정책관실 업무다.
공동건조물 침입, 시설 파손 등에 대처하는 일은 운영지원과 소관이고 현안별로 부서 간 협의는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법점거 사태는 운영지원과 소관이라는 고용부의 안내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노동계가 각종 현안으로 수개월간 지방청·지청을 점거한 사태를 그저 ‘집 지키는 문제’로 인식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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