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 전파를 송출하면서 5G를 활용한 기업 간(B2B)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돈이 될 만한 5G 서비스를 찾았다고 말하는 통신사는 아직 없다. 5G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자율주행차·원격진료·드론 등의 분야에서 기업들이 사업을 하려면 당장 ‘규제의 벽’부터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업체들은 당초 내년 3월께 5G 스마트폰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상용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기존 LTE(4세대) 도입 때처럼 소비자를 끌어당길 만한 차별적 서비스를 발굴하지 못하면 5G 전국망 구축이 크게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이런 사정들을 뒤엎고 상용화 일정을 앞당긴 배경에는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성과로 내세우고 싶어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가 5G 수익모델을 위한 규제 철폐에 나설 생각은 하지 않고 홍보에만 급급해 통신사들을 압박하니 업계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가 2020년까지 863억원을 들여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 5대 분야에서 진행 중인 5G 융합서비스 실증사업도 마찬가지다. 실증사업을 아무리 많이 한들 규제완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데 정작 이 부분에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중국 화웨이만 해도 5G 원격수술 솔루션을 개발해 선전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원격진료가 불가능해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드론 등에서도 경쟁국들이 저만치 앞서가는 걸 보면 규제가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를 지경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잇따라 출현하지 않으면 5G가 아니라 그 이상의 차세대 통신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는 것 말고는 첨단 인프라를 갖추고도 국내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에서 선진국 기업들에 뒤처지거나, 국내 기업들이 깔아놓은 망 위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돈을 쓸어가는 한국 IT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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