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엣지 패널’ 관련 기술이 중국 BOE 등에 유출됐다는 검찰 수사결과는 충격적이다. 그동안 해외유출이 드러난 세계 1위 기술만도 은나노와이어 제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증착 등 10여 건에 이른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국가 핵심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갔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렇게 기술 유출이 심각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이 기소한 기술 유출 사건 103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3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56건)와 벌금(36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형량이 낮다. 법원이 자체 양형(量刑)기준에 따라 최대 형량을 법정 최고형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징역 6년으로 낮춰 적용하고 있어서다. 기술 유출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 등 편익(便益)에 비해 처벌 등 감수해야 할 비용이 턱없이 적다. 기술 유출 범죄가 만연하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해야 할 환경이다.
선진국들은 다르다. 미국은 ‘경제스파이 방지법(EEA)’을 수차례 개정해 기술 유출범을 ‘무(無)관용 원칙’에 따라 엄단하고 있다. 법정 최고형은 징역 20년, 벌금과 추징금은 최대 500만달러(약 56억원)에 이른다. 국외에서 영업비밀에 부정한 방법으로 접근하거나, 영업비밀을 탈취하려는 시도만 해도 처벌한다. 일본은 영업비밀과 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면 국내 유출보다 엄하게 처벌한다. 벌금도 최고 10억엔(약 98억7000만원)까지 부과한다.
기술 유출은 개별 기업의 생존 차원을 넘어 국가의 산업 흥망에 영향을 미친다. 빈번한 기술 유출에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너무 가벼운 처벌이 기술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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