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율협약 통해 담배 소매점간 기준 적용
문재인 대통령, 편의점·자영업자 지원책 마련 지시
[ 류시훈/박재원 기자 ] 편의점 간 출점 거리 제한이 업계의 자율협약으로 다음달 도입된다. 거리 기준은 자율협약에 명시되지 않지만 담배 소매점 간 기준인 100m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등은 다음달 초 자율협약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영업자 지원대책’ 마련을 지시한 만큼 업계 자율규약 마련에 탄력이 붙게 됐다. 공정위는 그동안 편의점 거리 제한이 ‘담합(카르텔)’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 위원장에게 편의점 과밀 해소를 위한 업계 자율협약을 공정위가 잘 뒷받침하고 그 효과를 현장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홍 장관에게는 자영업 성장 종합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 순방길에 오르기 몇 시간 전에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현안 해결을 당부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업계가 마련 중인 자율협약의 핵심은 다른 브랜드 편의점 간 출점 제한 거리 기준이다. 업계는 지난 7월 80m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출점 거리 제한이 담합에 해당할 수 있는 데다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소비자 이익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공정위 의견을 반영해 이번에 내놓을 자율협약안에는 거리 기준은 명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제한하고 있는 담배 소매점 간 거리 기준을 준용하는 내용이 협약에 포함된다. 담배 소매점 간 거리 제한은 서울 대부분 구에선 50m지만 서초구에선 100m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기준을 100m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편의점업계가 자율적으로 100m 이내 출점을 자제하는 내용으로 협약안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편의점업계는 거리 제한과 별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편의점주를 지원하는 대책도 내놓는다. 가맹계약 때 심야영업을 강제하지 않고, 영업이 어려워 문을 닫으려는 점주에겐 폐점 위약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편의점업계의 자율협약이 개인의 재산권과 예비 창업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상권에 비해 편의점이 과도하게 몰려 있는 지역엔 도움이 되겠지만 상권이 커지는 곳에선 기존 편의점주의 영업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류시훈/박재원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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