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11월까지 4개 단지 청약 1순위 마감
"9·13 대책 수혜지…갈 곳 없는 청약 통장 몰려"
인천 분양 시장에 전에 없던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분양한 5개 단지가 잇따라 청약 마감을 기록했다. 가정오거리 일대를 개발해 지난달 분양한 ‘루원시티 SK리더스뷰’는 올해 들어 인천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제 막 분양을 시작한 검단신도시 청약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달 청약 제도 개편 전 막차를 타려는 투자 수요가 비규제지역인 인천에 집중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4개 단지 1순위 마감
1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진행한 '검단 금호어울림 센트럴' 1순위 청약 결과 620가구 모집에 3189명이 접수해 평균 5.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07가구를 모집한 전용 74㎡A에는 802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인 7.5대 1을 냈다. 이 단지는 인천 검단신도시 AB14블록에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다. 분양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첫 번째 공공분양 물량으로 무주택자만 청약이 가능한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며 "인천지하철1호선(예정)역세권, 중심상업지구, 초·중·고교가(예정) 단지와 맞닿은 입지에 분양가도 저렴한 편이어서 호응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검단신도시 첫 분양 물량이었던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은 951가구 모집에 5943명이 몰려 평균 6.25대 1의 경쟁률을 냈다.
검단신도시를 포함해 인천 청약 시장은 지난 9·13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달아오르는 중이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보면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 간 인천에서 청약을 진행한 민간분양 아파트는 모두 7개 단지다. 이 중 2개 단지를 제외한 5개 단지가 청약 마감됐다. 특히 4개 단지는 전타입 1순위 청약 마감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1순위 청약을 받은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 SK리더스뷰'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24.48대 1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인천 최고 기록이다. 중소 브랜드 단지도 선전했다. 지난달 청약 받은 '작전역 서해그랑블'은 평균 7.07대 1, '주안역 센트레빌'은 3.9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 서울·수도권 단타족 통장 몰려
인천 분양시장이 뜨거워진 것은 정부 대책의 영향이 크다는 게 분양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을 규제함에 따라 비규제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천광역시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청약조정대상지역 중 어느것에도 속하지 않는 규제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규제지역에 비해 청약 자격이 까다롭지 않고 대출 조건, 전매제한 등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앞서 청약 접수를 받았던 '루원시티 SK뷰'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 등은 계약 후 1년이 지나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서울 분양 물량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이유로 단기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도 대거 유입됐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분양을 준비 중 강준호 한화건설 차장은 "투자와 실거주 비율이 5:5 정도 된다"며 "인천을 투자처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 수도권의 '단타족'도 인천으로 시선을 돌리는 분위기다. 전체 물량을 인천거주자들에게 우선 공급하는 '루원시티SK리더스뷰'의 경우, 1순위 기타지역 통장이 5700여개 접수됐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전용 84㎡A타입은 기타지역 접수건수가 2446건이나 됐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로 서울 등 인기지역 분양이 사실상 멈춰있는 상태다보니 갈 곳 없는 통장들이 인천에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차장은 "앞서 안양, 부천 등 비규제지역에 청약 과열이 일어났던 것처럼 풍선효과가 인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11월 새 청약제도 시행 전에 통장을 쓰자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1주택자의 청약 당첨이 어려워지고 주택 소유 이력이 있는 신혼부부는 특별공급 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분양권, 입주권 등도 주택으로 인정돼 무주택 기간 산정에서 제외된다.
◆ 신규 단지가 구축 시세 견인
미분양이 줄어들면서 악성 재고가 해결되고 있다는 점도 인천 분양 시장이 온기를 띄는 이유 중 하나다. 작년 3월 4500여 가구에 달했던 인천 미분양 물량은 지난 9월말 기준 1100여 가구로 줄어들었다. 영종하늘도시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적체됐던 중구 역시 같은 기간 미분양이 2600여 가구에서 600여 가구로 대폭 줄었다. 이 위원은 "노후주택 비율이 높고 북쪽으로는 신도시, 남쪽으로는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으니 인천도 슬슬 잘될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북부지역에서는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에 이어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 개발이 이어질 예정이다. 7만5000가구, 계획인구 18만명 규모로 지금까지 3개 단지가 분양했고 연내 2~3곳이 더 공급된다.
남부 지역에서는 노후주택 비율이 높은 구도심 내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비사업이 활발한 서구 아파트 시세는 작년 9월 3.3㎡ 당 834만원에서 지난 9월 871만원으로 1년 새 4% 뛰었다. 같은 기간 인천시 평균 상승폭인 2%의 두 배다. 작년 여름 도화지구에서 분양한 '더샵 스카이타워'가 계약 5일 만에 완판(완전판매)됐고 지난 6월에는 용현·학익지구에서 '힐스테이트 학익'이 평균 3.9대 1로 1순위 마감됐다.
서구에서 2016년 6월 입주한 '용현동SK스카이뷰'는 입주 당시 3억2000만원 수준이었던 전용 84㎡ 시세가 이달 기준 4억까지 뛰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신규 분양 단지들이 주변 구축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에도 수월하게 팔리면서 그간 억제됐던 노후주택 시세까지 견인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서구 신현동 '신현이편한세상하늘채(2009년 입주)' 전용 84㎡ 시세는 '루원시티SK리더스뷰' 분양 시기를 기점으로 3억4000만원에서 3억5250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연내 인천 분양 물량은 약 15개 단지, 1만8000여 가구(일반분양 기준) 규모다. 이 같은 시장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이 위원은 "인천은 9·13 부동산대책의 수혜지"라며 "서울·위례 등 인기지역 분양이 워낙 없으니 당분간 인천의 상승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분양업계 전문가는 "새 청약제도가 시행되는 12월이 되면 분위기가 이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법 개정 직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지금의 열기를 이끌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당장 영향을 받는 곳은 검단신도시다. 검단신도시에서는 우미건설, 대우건설, 한신공영, 대방건설 등이 5개 단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전까지 1년이었던 전매제한 기간이 3년까지 확대된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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