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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부동산·블록체인, 제대로 만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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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 박영신 기자 ]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블록체인 기술’과의 융복합이 본격화됐다. 블록체인은 최근 가상화폐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유통 등 모든 산업 거래시장의 지형을 뒤바꿀 ‘4차 산업혁명 시대 보안기술’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해킹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거래 원장 정보의 위·변조가 불가능한 점 등이 특장점으로 꼽힌다. 각종 거래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한 곳(중앙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개별 네트워크(컴퓨터)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급격한 변화 전망

블록체인 적용이 활성화되면 거래 투명성과 신뢰성 향상, 유통 비용 절감, 거래 촉진, 산업 간 융복합 등의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에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산업계는 앞다퉈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말 블록체인에 기반한 부동산 거래 시범사업 시스템을 내달까지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 제주도 내 금융회사에서 실제 운영에 들어가고, 이후엔 금융 대출 이외에 계약에서 등기까지 한 번에 처리가 가능한 ‘부동산 거래 통합 서비스’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종이로 된 부동산 증명서 대신 데이터 형식의 부동산 정보(토지대장 등)를 관련 기관에 제출할 수 있게 되고, 부동산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가능하다. 작년 한 해 전국에서 발급(열람)된 부동산 증명서는 1억9000만 건(1292억원)에 달했다. 종이 증명서는 각종 부동산 범죄에 악용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블록체인 특구 조성사업’ 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주도는 ‘블록체인·가상화폐 특구’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도 개포와 마포에 ‘블록체인 집적단지’를 만들기로 하고 2022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할 것을 약속했다. 부산시는 2026년까지 400억원을 투입해 부산국제금융단지(BIFC)에 블록체인 금융특구인 ‘부산 크립토밸리’를 조성키로 했다. 스마트시티 등 미래형 신도시 개발은 블록체인 기술이 계획 단계부터 치밀하게 융복합되고 있다.

블록체인 지원 정책 강화 시급

정부도 지난 6월 블록체인 기술 6대 공공시범사업 분야를 선정하고 실행에 나섰다.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지원 대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간 업계의 기술 개발 지원 정책은 과감하게 추진해 줄 것을 주문한다.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는 데다, 블록체인의 근본 지향점이 정부 중심이 아니라 탈(脫)중앙화, 공유경제 실현 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는 분양, 매매, 중개, 개발금융(펀드·리츠 등), 건자재거래, 자산관리, 임대·사용료 시장(호텔 요금·임대료 등) 등 모든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융복합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세계 부동산시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산업 관련 블록체인 플랫폼과 서비스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가상화폐(디지털 애셋)에 대한 정부의 원칙 정리도 더 늦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블록체인 신기술이 성공적으로 활용됐을 경우 ‘자체 인센티브’ 제공 차원에서 연계 운용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으로 활용되면 블록체인산업 발전의 활력소가 될 수 있어서다. 블록체인 기술의 실용화 기반이 없는 가상화폐는 법적 규제와 시장을 통해 걸러지게 하면 된다. 민관(民官)의 가상화폐 운영 기준이 이런 식으로 맞춰 가면 좋을 듯싶다.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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