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함께 풍성한 연말
[ 은정진 기자 ]
2015년과 2016년을 장악했던 최고의 흥행 뮤지컬 ‘팬텀(PHANTOM)’이 오는 12월1일 막을 올린다.
내년 2월1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지는 뮤지컬 팬텀은 세계적인 추리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1910)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뮤지컬 ‘나인(Nine)’으로 미국 최고 뮤지컬 상인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휩쓸었던 극작가 아서 코핏과 ‘타이타닉(Titanic)’ 등으로 토니어워즈 최고 음악상을 수상한 작곡가 모리 예스톤이 1991년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아름다운 음악과 무대,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는 물론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와 소프라노, 프리마 발레리나 등 다양한 장르의 최정상 아티스트가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이제껏 볼 수 없던 무대예술의 절정을 맛보게 한다. 국내에선 2015년 초연과 2016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다.
팬텀 역에 대체불가 명품배우 ‘3인방’
주인공 팬텀은 빼어난 재능을 지녔으나 흉측한 얼굴 탓에 가면으로 가린 채 오페라극장에서 숨어 살아야 하는 슬픈 운명을 가진 인물이다. 연기력뿐만 아니라 고도의 성악 테크닉을 구사해야 하는 역할이다. 뮤지컬은 물론 TV 드라마 등에서 국보급 명품 보컬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임태경이 팬텀 역에 캐스팅돼 몸에 맞는 듯한 맞춤 활약을 펼친다.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남다른 존재감,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우뚝 선 정성화는 팬텀이란 인물이 가진 외로움과 상처, 사랑을 정성화식으로 풀어낸다. 2015년 초연 이후 팬텀 역을 다시 맡은 카이는 또 한번 인생 캐릭터로서 팬텀을 담아내겠다는 각오다.
맑은 목소리에 매료된 팬텀을 만나 순수한 여인에서 오페라극장의 새 디바로 발돋움하는 크리스틴 다에 역은 초연과 재연까지 출연했던 소프라노 김순영이 맡아 기품 있는 소리와 깊은 호흡으로 깊은 감정선을 선보인다. 최정상급 소프라노들을 불러들이며 장르를 뛰어넘는 뮤지컬 스타로 키워온 뮤지컬 팬텀은 이번에도 신예 소프라노 김유진을 크리스틴으로 선택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 콩쿠르 보스턴 지역 우승자이기도 한 김유진은 청아한 소리와 풍부한 성량,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크리스틴 역을 거머쥐었다. 22세의 나이에 대극장 주연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소프라노 이지혜도 2016년 재연 이후 두 번째로 크리스틴 역을 맡아 또렷한 음색과 기교를 뽐낸다.
‘메르스 파동’에도 꿈쩍 않은 인기
2015년 국내 관객에게 처음 소개된 뮤지컬 팬텀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독보적 흥행 열풍을 일으켰다. 1차 티켓 오픈 당시 30분 만에 2만 장이 판매됐고, 5월과 6월 두 달간 압도적인 수치로 예매 랭킹 1위에 올랐다. 그해 연간 공연 티켓 판매 순위 1위와 함께 작품성 또한 인정받아 2015년 골든티켓어워즈 작품상 대상을 수상했다. 1년 만에 올린 재연은 한국 공연문화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메르스 파동’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은 ‘팬텀 광풍’을 보여줬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광속으로 매진됐고, 개막 4주 만에 티켓 5만 장이 판매되며 침체돼 있던 공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팬텀의 큰 성공은 캐릭터 간 이야기를 강화할 3~4곡의 새로운 곡을 한국 공연에만 추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설명이다. 서곡으로는 드물게 주인공 팬텀의 노래 가사를 삽입해 팬텀의 대표곡으로 자리잡은 ‘서곡-내 비극적인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모리 예스톤의 오페레타(가수, 무용수, 배우가 구분되지 않은 오락성이 가미된 음악극이자 뮤지컬의 기원) 스타일의 기존 클래식한 선율에 현대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가미한 편곡으로 음악적 완성도에도 힘을 보탰다. 여기에 팬텀의 과거 이야기를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발레 장면 비중을 높인 것도 ‘한국형 팬텀’의 인기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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