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한국GM에 투입하기로 한 자금 중 남은 금액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반대하면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강행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지난 5월 한국GM 2대 주주인 산은은 향후 10년간 철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7억5000만달러(약 8400억원)를 출자하는 한국GM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이 중 3억7500만달러는 납입됐고, 나머지 절반은 연말에 지원될 예정이다.
산은이 GM 측과 합의한 출자를 집행하지 않으면 계약은 파기되고 한국GM 경영 정상화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15만 개에 이르는 한국GM 관련 일자리도 사라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뜻을 이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밝힌 것이다. ‘계약에 따라 자금을 지원해야 하지만 국민 여론이 반대하면 안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회장의 ‘돌출발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KDB생명에 대해 “애당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KDB생명은 2010년 산은에 인수된 뒤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문제는 산은이 KDB생명을 매각하려 한다는 점이다. 최대주주가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평가한 매물을 과연 누가 사려고 할까. 이번 국감을 통해 KDB생명 매각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산은의 무책임과 무능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그건 의원님의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비꼬는 듯한 발언을 하다가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매번 산은이 유일한 ‘구원투수’로 나서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억울함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국책은행 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기업 정상화의 성패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 부실기업 정상화를 위한 산은 임직원의 노력이 이 회장의 잇단 돌출발언으로 폄하될까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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