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평생 고용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고용관련 제도개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0세 취직방안을 구체화하라”고 지시하면서 고령자 전직 활성화와 연공서열제 임금구조 타파 등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안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일본 정부 미래투자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70세까지 고령 근로자들이 취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고령자의 희망과 특성에 맞춘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라”고 관계 각료들에게 주문했다. 앞서 집권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신내각 구성과 함께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새 정부의 중점 과제로 삼았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고용안정법 등을 개정해 내년도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현행 고령자고용안정법은 △정년 연장 △정년제 폐지 △계속 고용 세 가지 중 하나를 택하도록 돼 있다. 이 가운데 정년 후 급여가 줄어드는 계속고용제는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구체적으로 ‘70세 취업’을 언급한 만큼 일본 정부는 고령 근로자가 희망하면 더 오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의 계속고용 연령상한선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경력직 채용 문화를 확산해 고용층 이직의 숨통을 틔울 계획이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정년까지 평생직장 개념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았던 탓에 전직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 같은 경직된 고용문화가 고연령층 전직이 부진한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일본 정부는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경력직 채용비율을 공개토록 할 방침이다.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체제와 획일적인 근무방식에도 변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만성적인 일손부족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고령자 노동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오고 있다.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65~69세 고령자의 65% 가량이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지만 실제 노동 비율은 44%에 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정 안정성 강화를 위해 현재 만 65세부터인 공적연금 수급 연령을 70세 이후부터 수령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 나간다는 방침이다. 70세 취업이 활성화돼 노령근로자가 늘면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늦추는 사례가 증가해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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