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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너마저…6조 베팅한 국내 투자자들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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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펀드 올해 8% 수익 냈지만
하루 만에 대부분 年수익률 반납
미국 주식이 해외거래 67% 차지

전문가들 "美 증시 당분간 횡보"
"내년까지 관망" vs "저가매수"



[ 최만수 기자 ] 미국 증시가 10일(현지시간) 급락하면서 관련 재테크 상품이 된서리를 맞았다.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하루 사이 5~7% 손실을 냈다.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주식 직구족’도 큰 손해를 봤다. 올해 해외 상품 중 단연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던 미국 주식마저 급락하자 투자 심리가 급속하게 식는 분위기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는 6조원어치에 달한다.


◆직접 투자자들 ‘빨간불’

미국 나스닥시장 기술주에 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INDEX 미국4차산업인터넷(합성 H)은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90원(6.36%) 하락한 1만1635원에 장을 마쳤다. 이달 들어 13.14% 떨어졌다. TIGER 미국S&P500레버리지(-8.38%),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5.65%), ARIRANG 미국다우존스고배당(-2.59%) 등 국내에 상장된 미국 관련 ETF 상품이 모두 하락했다. 간밤에 미국 S&P500지수가 3.29%, 나스닥종합지수가 4.08% 급락한 영향이다.

미국 펀드도 흔들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28개 미국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평균 8.17%(10일 기준) 수익을 냈다.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6.92%)과 비교하면 15%포인트 이상 높다. 이런 까닭에 금융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미국 투자를 대거 추천했고 최근까지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뭉칫돈이 몰렸다. 올 들어 4189억원이 순유입됐고 최근 한 달간 719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날 5~7% 손실을 내면서 하루 만에 연수익률을 대부분 반납했다.

미국 주식을 직접 산 직구족도 속이 탄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많은 투자자가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결제 규모는 252억달러에 달했다. 이 중 미국 주식 거래 비중이 67%(168억달러)로 가장 높다. 매매 규모도 아마존, 알리바바, 엔비디아,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미국 나스닥시장 기술주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기술주들이 이날 6~9% 급락하면서 직구족은 큰 손실을 입었다. 상반기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펀드 포함)는 54억6000만달러(약 6조2500억원)에 이른다.

◆저가 매수 기회인가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중앙은행(Fed)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증시 급락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당분간 미국 증시가 횡보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투자 전략은 엇갈렸다.

가장 보수적인 전략을 내놓은 신동준 KB증권 수석자산배분전략가는 차츰 차익을 실현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여전히 미국 주식이 신흥국 주식보다 우위에 있고 중장기 전망도 밝다”며 “다만 세계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할 때 내년 1분기 이후 기회를 다시 살피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신중론을 제시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과잉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경기의 고점이 시장 예상보다 일찍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유동원 키움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미국 주식을 저가매수할 기회라고 봤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이상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블룸버그는 나스닥시장의 내년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이 30.4%로 선진국 증시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 팀장은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고점으로 보기 어렵다”며 “추가 조정이 있을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강(强)달러’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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